日·EU 2.5% → 15%, 韓 0% → 15%같은 관세율이라도 출발선 달라 불리2012년 한미 FTA로 얻었던 이점 사라져유럽·일본車 상대적 가격 경쟁력 상승현대차 "공급망 효율화 등 노력으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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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같은 수준의 관세율로 합의한 가운데 한국도 같은 조건을 확보하며 외교적 성과를 거뒀지만,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한국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가격경쟁력 약화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31일 대통령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8월 1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극적으로 타결된 협상 결과다.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동차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나섰지만 이를 관철하는 데는 실패했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한미 FTA 체결국으로서 기존 무관세 혜택을 고려해 일본 및 EU보다 낮은 12.5% 관세를 목표로 협상에 임했으나, 미국이 제시한 관세 하한선 15%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관세율 협상 소식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4월부터 적용된 25% 관세로 인한 손실이 현실화한 데다, 일본과 EU가 미국과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잇따라 15%로 낮추며 한국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더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미국의 자동차 관세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48조2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6016억원으로 15.8% 감소했다. 기아 2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6.5%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4.1%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영향에 따른 손실액은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으로 총 1조6000억원에 달한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EU는 한국보다 앞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 한국 자동차는 일본과 유럽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15%’의 관세율이 마지노선으로 지목됐다.업계에서는 15%의 관세 타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기존 0% 관세를 적용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손해란 분석이다. 일본, 유럽과의 경쟁에서 2.5%의 혜택을 누려온 한국 자동차 업계가 15%의 동일한 관세율 적용으로 거꾸로 2.5%의 부담을 지게 된 셈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에 따라 한미 양국이 승용차에 상호 무관세를 적용, 이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협상으로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이 사라진 점은 여전한 부담으로, 일본과 EU와 동일한 15%의 관세 선상에서 경쟁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현대차·기아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차량 생산 확대와 루이지애나주의 새로운 철강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현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현대차 관계자는 “15%라는 높은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공급망 효율화, 내부적인 노력 등 다각적 방안을 추진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어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