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과 15% 관세 타결… 유럽 車 업계 한숨 돌려현대차, 토요타 대비 수출 비중 적어 … 관세 '취약'韓, 최소 15% 기대 … 실패 시 미국서 가격 역전 우려
  • ▲ EU-미국 정상 ⓒ연합뉴스
    ▲ EU-미국 정상 ⓒ연합뉴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유럽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일괄 적용하는 무역 협정을 전격 타결하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미국발 관세에 더 취약하다. 현지 생산량에 비해 자국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비중이 일본 토요타 등 경쟁업체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대미 통상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주요 현대차는 토요타 등과 비교했을 때 가격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으로 수출되는 유럽산 자동차를 포함한 EU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이는 기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 25%에서 10% 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미국과 EU의 이번 합의의 최대 수혜자는 유럽 완성차 업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 일본이 얻은 15%의 자동차 관세율과 동일한 관세율을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도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을 약속하며 자동차 품목을 포함한 전체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경쟁국들이 줄줄이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한국만 협상 테이블에 남아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협상 후발주자인 한국 정부로서는 큰 부담인 상황이다. 한국은 미국 시장 내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 EU 등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이들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수출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현대차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현대차
    특히 미국 수출 비율이 경쟁사인 토요타보다 높은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번 관세 협상의 결과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약 171만 대를 미국에서 판매했지만, 현지 생산량은 약 42%(71만여 대)에 그친다. 그만큼 한국에서 수출하는 비율이 높아 미국 관세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반면 토요타와 렉서스의 경우 지난해 미국 판매량이 233만 대다. 이중 미국 현지 생산량은 55%(127만 대)로, 현대차·기아보다 비율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자동차 15% 관세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하면 한·일·유럽의 3자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유럽 업체들과 동등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간 한국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유럽산보다 평균 5%가량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만일 한국과 일본·유럽 간의 관세 구조가 불평등해질 경우 가격 역전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에서 현대차 쏘나타의 판매 가격은 2만6900달러(기본 트림 기준)로 토요타 캠리(2만8400달러)보다 5% 이상 저렴하다.

    지난달부터 미국 수출을 본격화한 신형 팰리세이드 또한 하이브리드(HEV) 기준 4만3660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역시 북미 시장 경쟁 모델인 토요타 그랜드 하이랜더 하이브리드(4만5380달러), 하이랜더 하이브리드(4만6820달러)보다 3.9%~7.4%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현대차그룹이 주요 경쟁사인 토요타 등과의 가격 경쟁력 확보 과정에서 불리한 고지에 놓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와 같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차에 있어 충격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부터 미국 자동차 수요의 둔화 조짐이 나타나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요 성장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며 "(관세율이 낮아지지 않으면) 대부분의 하이브리드를 국내 생산에 의존하는 현대차에 있어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세율에 따른 실적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기존 관세율 25% 적용 시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영향은 영업이익 기준 2025년 4조9000억 원, 2026년 9조1000억 원"이라며 "만약 15%로 조정될 경우 올해는 1조6500억 원, 내년에는 3조5000억 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 또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10%포인트 인하된다고 가정할 때, 기존 전망 대비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개선 폭은 각각 1조8000억 원, 8000억 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의 시간은 촉박하다. 미국은 28~29일 스웨덴에서 중국과 3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한국 고위층이 미국과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날짜는 30~31일밖에 없다. 

    오는 31일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으로, 관세 협상 데드라인 하루 전날에 극적 타결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