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한국, 미국산 쌀에 역사적 시장 접근권"구윤철 "전혀 논의 안 해" … 대통령실 "아니다"뒤늦게 수위 조절나선 정부 … "오해 있을 수 있어"野 "도대체 누구 말이 맞나 … 국민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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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백악관 엑스 계정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민감한 쟁점 중 하나였던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다. 자칫 '진실게임'으로 번질 경우 협상 불씨가 외교 갈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개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미국산 쌀에 역사적인 개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과의 관세 합의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레빗은 '쌀'을 콕 집어 언급했는데, 이는 한국 정부와 협상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에 대해 "추가 개방은 없다"고 단언하며 협상 성과로 내세웠다.구윤철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구 부총리는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 쌀시장 개방을 언급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달 31일 긴급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송미령 농축산식품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한미 FTA로 미국과 우리 농산물의 경우 99.7% 개방돼 있다. 정치적인 수사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상황인 만큼 쌀 개방을 논의할 이유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국내에서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해석이 엇갈리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발언 수위 조절에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체 양에 있어서 미국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세부 요건에서 서로의 이해가 '서로 인지가 좀 다를 수 있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자화자찬식 발언을 잇따라 내놨던 협상단도 미묘한 기류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천공항 입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협상은 결과가 좋다는 의미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 "이번에 협상 타결이 안 됐으면 있었을 후폭풍을 생각하면 불확실성을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구 부총리도 "이것으로 모든 협의가 끝난 것은 아니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여지를 남겨뒀다.결국 공식 문서의 형태로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달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한편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은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발표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을 확인하고 협상 과정에 대해 국민들께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에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이라며 "한미 양국 간 농산물 개방을 두고 명백한 해석 차이를 보이는 만큼 정부가 농산물 관련 협상 과정과 내용을 국민들께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일갈했다.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이재명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 결과, 관세율을 15%로 협의하고, 농산물은 개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agriculture)'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며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이냐. 국민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언가 국민들에게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관세협상은 어제로 끝난 것이 아니고 디테일에 대한 협상이 남아 있으며 향후 미국에서 새로운 청구서가 밀어닥칠 수도 있다"며 "쌀, 소고기, 과일에 대한 시장 개방 여부 자체보다도 정부가 협상의 전말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