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가계' 대신 '기업'…수익 구조 손질비이자수익으로 시선 이동…'이자 장사' 이미지 벗기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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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기존 ‘이자 장사’ 중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특히 기업대출 확대와 수수료 기반의 비이자수익 다변화가 주요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서, 은행권은 수익 다변화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가계대출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해온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대출과 비이자수익 확대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예대마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금융 확대는 상대적으로 정책 기조에 부합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 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각각 '중소기업 동반성장 시리즈'와 'KB 소상공인 동반상생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에 특별출연해 기업 대출에 대한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신성장 및 첨단전략산업 등 우량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한 여신금리 우대 지원을 실시한다. 하반기에만 기업대출금리 감면을 위해 15조5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동시에 수수료·유가증권·외환파생상품 등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산관리(WM) 사업 부문을 강화해 신탁·펀드 판매 수수료를 늘리고, 카드 결제 수수료·외화 송금 수수료 등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이자장사' 비판 여론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금융당국의 '방카슈랑스 25%룰' 완화는 은행권이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은행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25%룰’을 20년 만에 완화해 최대 35%까지 허용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방카슈랑스 판매를 적극 확대하며 비이자수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완화 조치에 앞서 지난해부터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에 나섰고, 그 결과 수수료 이익 증가가 상반기 '깜짝 실적'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도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하반기 방카슈랑스 채널을 본격 가동해 비이자수익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주요 은행들은 펀드·신탁 등 자산관리 수수료를 중심으로 비이자수익 기반을 넓히는 중이다.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월의 60%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확연히 둔화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9734억원으로, 전월 말(754조8348억원) 대비 4조1386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다만 아직 실행되지 않은 대출 접수 물량이 시차를 두고 통계에 반영되면서 8~9월까지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총량 규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권 성장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자 중심의 수익 구조를 벗어나 수익원 다각화 전략이 향후 은행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