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반출 결론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 높아져안보와 주권 문제 통상협상과 구분 … 긍정적 평가데이터·인프라로서 가치 높아, 규정 재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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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가 관세 협상과 별개 안보 이슈로 다뤄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도 데이터를 내줬을 때 산업과 주권에 미치는 파장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ICT업계에 따르면 지도 정보 해외 반출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오는 8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회의에서 결정을 유보하며 처리 기한을 11일까지로 60일 연장했지만,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후로 결정 시한을 미루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고정밀지도 반출은 미국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문제삼으면서 관세 협상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누락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도 반출을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지 않고 안보 문제로 구분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로 지도반출 요청에 부응하는 방식의 협상 카드로서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정밀지도는 1:5000 축척으로 골목길까지 나타낼 수 있고, 건물의 윤곽과 지형 등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구글이 정부에 지도 반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이며, 이번에는 애플도 참여했다. 1:2만5000 축척으로는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등 위치정보 기능이 제한돼 국내를 찾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부는 그동안 군사·보안시설 위치가 포함되거나 특정할 수 있는 만큼 안보를 우려해 고정밀지도 반출을 불허해 왔다. 앞서 2016년 지도반출 요청 때 구글에 보안 시설을 가림처리하거나 국내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활용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구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도 데이터의 안보 영향과 데이터 주권으로서 가치는 앞선 시기보다 더욱 엄중하게 인식되는 양상이다. 최근 구글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만을 ‘Gulf of America’로 표기한 바 있어 국가별 표기 분쟁 발생 시 구글에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밀지도를 반출해 구글맵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현해도 정부의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는 2016년 제정한 ‘클라우드 액트’ 법안으로 빅테크 기업이 보유중인 타국 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실시간 사용자 위치와 이동경로까지 함께 서버에 전송된다. 한국 국민의 위치 정보와 이동 정보가 미국 정부 관할 아래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정밀지도는 독자적인 AI 개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서 데이터 주권과 연결된다. 드론과 자율주행, 스마트시티와 디지털트윈 등 기술 발전과도 관련돼 부가가치가 더욱 크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67억5000만 달러(약 23조원) 수준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세가 예상된다.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가 국내 공간정보 데이터를 획득하려는 것도 혁신산업에서 주도권 확보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AR·XR 장비는 물론, 디지털트윈은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은 시장점유율 90%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OS 기기에 지도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어 정밀지도와 결합해 발생하는 파급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정밀지도 반출 요청이 안보 이슈로 회귀하며 같은 논의가 반복되는 만큼 관련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의무를 부과하거나 정부가 제시하는 보안 규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지도는 독자 AI 개발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핵심인 데이터와 인프라에 해당한다”며 “전세계적으로 빅테크에 맞서 디지털 주권 수호를 위한 움직임이 거센 상황에서 지도반출을 허용하는 것은 데이터 주권 포기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