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몰 앞둔 유류세 인하 두고 재연장 여부 고심 국제유가 하락세 속 근원물가 2.0%로 안정세 보여 전문가 "세입기반 확충 속 유류세 인하 연장 명분 없어"
  • ▲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시스
    ▲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시스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의 향방을 두고 저울질 중이다.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2021년 11월부터 16번이나 인하 조치를 연장해왔지만, 올해 세수 결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세수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와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이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조치는 이달 말 일몰을 앞뒀다. 이를 연장하려면 국무회의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는 최근 국제유가 추이와 물가 흐름, 재정 여건 등을 점검하며 연장 여부의 타당성을 따지고 있다. 

    당초 새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결될 예정이었지만 이달 말까지 두 달 더 연장됐다. 중동 사태에 따른 물가 안정과 민생회복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연장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폭염과 폭우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상승폭이 전년보다 2.1% 오르면서 6월(1.5%)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반면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0% 하락하며 6월(0.3%) 이후 하락 전환했다. 경제협혁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하며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 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 산유국들의 증산 합의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을 논의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기대감 등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와 국제유가의 이같은 흐름을 고려할 때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졌다고 보고, 이달 말 종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간 15조원 안팎을 기록했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유류세 인하 조치 시행 이후 10조원대로 줄어든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2024년 국세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유류세를 포함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1조4000억원으로 당초 예상한 15조3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더욱이 올해 정부는 세수 결손 예상에 따라 세입경정까지 한 상황이다.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10조3000억원의 세입경정을 반영했는데, 교통·에너지·환경세(-1조1000억원) 등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입 기반을 강화하는 세제개편안까지 발표된 만큼,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대한 설득력은 낮아진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도 세입 기반 확충 방안이 담긴 만큼 유류세 탄력세율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며 "국제유가는 60달러대 선에서 움직이고 있고 달러는 약세로 돌아선데다 이미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 흐름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태"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