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전 과정 AI 자동화, 9개 센터에 3조 투자GPU·클라우드 시장 진출 … 네이버·카카오와 경쟁유통기업서 IT기업으로 변신 … 새 성장 궤도 진입
  • ▲ 쿠팡 ⓒ뉴시스
    ▲ 쿠팡 ⓒ뉴시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국내 퀵배송의 새 장을 열며 생활 전반에 스며든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기술 투자를 앞세워 새로운 소비 표준을 만들고 유통을 넘어 정보통신(IT)·해외 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하며 뉴노멀 메이커(New Normal Maker)로 부상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쿠팡의 전방위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전략,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쿠팡이 커머스 사업을 넘어 넥스트 쿠팡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신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 확장 등으로 본격적인 IT기업 도약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적자 행진이 불가피했던 이커머스 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쿠팡Inc가 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률은 1.7%로 올 1분기(1.9%) 대비 0.2%포인트(P)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3.9%에서 올 1분기 1.9%로 떨어진 데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당기순이익은 43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1438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감소했다.

    매출은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지만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디다. 유통 1위 매출 규모에도 백화점(영업이익률 10% 안팎)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업계는 국내외 공격적인 투자와 경쟁 심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내년까지 전국 풀필먼트센터 등에 3조원을 투입하는 쿠세권(쿠팡 새벽배송 가능 지역) 확대, 대만 로켓배송 등 해외사업 강화, 중국 알리·테무의 C커머스 공습, 네이버 쇼핑 강화, 국내 새벽배송 경쟁 등 복합적인 요인이 비용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첫 흑자 이후에도 국내외 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며 "투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유통산업의 특성이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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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환경 속에서 쿠팡은 AI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았다. 김범석 의장은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AI는 수년간 쿠팡 운영의 핵심이었다"며 "개인 맞춤형 추천, 재고 예측, 배송 경로 최적화 등 고객 경험 전반을 개선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규 개발 코드의 최대 50%가 AI로 작성되고 있다"며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쿠팡 운영에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이미 AI 기술을 물류 전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을 투입한 광주첨단물류센터에는 자율운반로봇(AGV), 소팅봇, 랜덤 스토우 등 첨단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작업 효율을 높였다. 내년까지 전국 9개 물류센터에 총 3조원 이상을 투자,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CB인사이트가 발표한 리테일 AI 준비도 지수에서 쿠팡은 아마존, 알리바바, 월마트 등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AI 기반 물류·풀필먼트 기술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AI 기술은 물류 최적화에서 나아가 클라우드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은 기존 내부 서비스와 일부 연구기관·스타트업에만 제공하던 AI 인프라를 외부 고객사로 확대, 상업화를 본격화했다. 이달 초에는 AI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리브랜딩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쿠팡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GPU 확보·구축·운용지원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1만 장 규모의 GPU 매입 계획을 제시해 네이버클라우드(1만4000장)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업계는 쿠팡이 AI 물류 인프라에 누적 9조원 이상 투자한 만큼 네이버·카카오·NHN 등과 GPU 설비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AI·클라우드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오르기 위한 전략"이라며 "커머스에 국한되지 않고 IT·B2B 시장까지 외연을 넓힌다면 쿠팡은 전혀 다른 회사로 변모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