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한국현대미술대전 특선·제18회 서울국제미술대상전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장상 받아암울한 이미지의 탑골공원 노인 풍경을 밝고 화사하게 재현 … 獨철학자 들뢰즈의 '탈영토화' 전략이 교수 "어둠 속에서 삶의 가능성과 따뜻함 포착 … 현실을 다른 감각으로 재배치"정규 미술교육과정 거치지 않고 독학으로 화풍 정립 … 6월 독일서 개인전 열기도
  • ▲ 이재원 교수.ⓒ한국외대
    ▲ 이재원 교수.ⓒ한국외대
    한국 미술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이재원 교수가 최근 국내 주요 미술대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녹록잖은 실력을 뽐내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 9일 사단법인 한국현대문화미술협회가 주최한 제46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에서 '들뢰즈의 기억: 탑골공원의 경우'로 특선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사단법인 서울미술협회가 주최한 제18회 서울국제미술대상전에서 '탑골공원 II'로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장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모두 이 교수가 최근 집중적으로 작업해 온 '탑골공원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작품들은 '가난', '소외', '우울'과 같은 고정된 인식의 틀을 흐트러뜨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정서를 발생시키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 ▲ '질 들뢰즈의 기억: 탐골공원의 경우'(acrylic on canvas 162.2cm x 130.3cm).ⓒ한국외대
    ▲ '질 들뢰즈의 기억: 탐골공원의 경우'(acrylic on canvas 162.2cm x 130.3cm).ⓒ한국외대
    이 교수는 "탑골공원의 노인들이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일상의 풍경을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방식과 달리 밝고 화사한 색채로 재현했다"며 "이는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들뢰즈(G. Deleuze)가 말하는 '탈영토화(déterritorialisation)'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들뢰즈에게 있어 예술은 기존의 체계와 정동을 전복하고 감각의 새로운 구성을 시도하는 '차이와 생성'의 행위"라며 "어둠 속에서도 삶의 가능성과 따뜻함을 포착하고, 현실을 다른 감각으로 재배치하는 들뢰즈적 시선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차이와 생성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초월론적 경험론'이라고 불렀는데 칸트로 대변되는 전통적 서구 철학에 비판적이었다. 탈영토화는 어떤 사물의 용도가 하나의 구조나 체계를 벗어나려는 경향을 말한다. 억압과 통제를 벗어나 탈주하려는 흐름을 뜻한다.
  • ▲ '탑골공원 II'(acrylic on canvas 116.8cm x 80.3cm).ⓒ한국외대
    ▲ '탑골공원 II'(acrylic on canvas 116.8cm x 80.3cm).ⓒ한국외대
    이 교수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언어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한국텍스트언어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언어학자가 내로라하는 미술대전에서 수상하는 것도 쉽잖은 일이지만, 이 교수가 독학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왔다는 점은 더 놀랍다. 이 교수는 대학 시절 회화 동아리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래 정규 미술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미술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대외적으로 붓심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6월엔 독일 프랑크푸르트 크론베르크 성에서 '먼 여행의 기억'을 주제로 초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들뢰즈는 철학을 넘어 과학과 회화, 건축,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었는데, 이 교수는 이런 들뢰즈를 일면 닮은 구석이 있다.

    한편 수상작 포함 '탑골공원 시리즈'는 오는 15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