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에도 주담대 변수 여전신용대출 하루 평균 2000억원 이상 급증세"규제 일변도, 시장 불신·실수요자 피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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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 시행 이후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폭이 한 풀 꺾였다. 다만 가계대출 규모가 여전히 3조원에 육박하는 데다가, 8월 들어선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 일변도 정책이 반짝 효과에 그치고, 결국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4개월 만에 가계대출 증가폭 감소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7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 8000억원 늘어난 1164조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6월(6조 2000억원) 대비 3조 4000억원 감소했으며, 3월 이후 4개월 만에 축소됐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은 3조 4000억원으로 전월(5조 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4~6월 주택거래 증가의 여파가 이어졌다. 생활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 축소와 분양 관련 중도금 납부 수요 감소가 완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세자금대출은 3000억원 증가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반면,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은 6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전월 1조 1000억원 증가와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로 은행권의 한도 축소·대출 태도 강화 영향이 컸다.

    통상 자금수요가 증가하는 7월의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이 둔화된 것은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과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이뤄진 주택거래와 대출 승인액 등을 감안할 때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주담대 누르자 신용대출 폭증하는 '풍선효과' 

    실제 8월 들어 대출 증가세는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은 8월 첫 주에만 1조 9111억원 늘었다. 이는 하루 평균 2730억원꼴로, 7월 일평균(1335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주담대 대출 규제로 신용대출이 급등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5대 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잔액도 이달 들어 9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1일 기준 예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6조 504억원) 대비 897억원 늘어난 6조 1402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이미 7월 전체 증가 폭(480억원)의 약 2배를 웃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점화되자 은행들은 자체 총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수도권 주담대 모집인 접수를 막은 데 이어, 14일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전세대출·주담대 모집인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또 주담대 신규 취급 시 모기지신용보험(MCI) 적용을 중단해 대출 한도를 사실상 축소했다.

    IBK기업은행은 대환 전세대출을 전면 차단했고, 비대면 전세대출(i-ONE 전세대출 고정금리형)의 금리 자동 감면폭을 0.2%포인트 축소했다. 하나·NH농협은행도 한도 소진을 이유로 전세대출·주담대 모집인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 규제 일변도 정책, 서민만 옥죄나

    금융당국은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억제 효과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내놓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는 주담대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주거 불안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 '양적 총량 관리'에 주력했지만, 정작 서민·중산층의 금융 접근성만 옥죄고 주거 불안을 더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은행들은 당국이 제시한 총량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세대출·주담대 신규 취급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서민·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고 있다. 향후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출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는 '대출 절벽'의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규제 강도가 세질수록 대출 수요가 특정 시점에 몰리고, 결국 가계부채 구조는 더 불안정해진다"며 "시장 상황과 실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서민 금융 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