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준비상황 점검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시사재생에너지 전기 생산단가, 원전 발전 대비 최대 6배 높아초대형 설비투자금도 요금 인상에 영향결국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 꺼냈던 尹 정부 '데자뷔'
  •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13.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13.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려 기업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적 반발과 물가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아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이 원자력 발전 등 다른 방식으로 만든 전기보다 생산 단가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단가는 가장 비싼 해상풍력 기준으로 원전 발전 단가의 6배가 넘는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평균 전력 구입 단가가 1kWh(킬로와트시)당 134.8원인데, 태양광 단가는 같은 단위 당 200원 대, 해상풍력은 400원대로 한전 평균 전력 구입 단가를 훌쩍 넘어선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설비투자도 전기 요금 원가를 높이는데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의 경우 1Gw 규모 단지 건설에 6조~7조 원이 들고, 2030년까지 목표한 14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도입하는 데만 100조 원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0.6% 수준이다. 올 3월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8년까지 29.2%로 증가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수백조 원 단위의 대규모 발전 설비가 필요한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투자를 해야 하는 한전의 재정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전의 연결 기준 총 부채는 올해 6월 말 기준 206조 2300억 원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472%에 달한다. 각종 투자를 위해 추가로 빚을 내는 게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투자 실탄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정상화 하고 에너지 고속도로 중심의 국내 전력망 재편을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비수기인 올 4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하는게 쉽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물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인상을 추진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도 이 같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조정에 나섰다. 산업용 전기요금(고압B·C 기준)은 지난 2022년 kWh당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5.8% 인상됐다.

    이런 전략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손 대기 어려운 가정용 전기요금보다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또 한 차례 인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해 직접적인 요금 인상 비난을 피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으로 꼽힌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 "한국은 전기요금 인상과 산업 경쟁력 유지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 다소비 업종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정권에서도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국가적 과제에 기업의 희생이 전제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후 순차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까지 소폭 추진될 가능성도 있으나 지난 2022년에 이어 또 한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우선적으로 큰 폭 인상되고 나면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점인 2035년까지 매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선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