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이어 무신사 조 단위 몸값 도전국내외 공모주 강세 … 상장 첫날 수익률 2배도기관 의무보유 강화 논의에 IPO 시장 기대감↑
  • ▲ 무신사 제공. ⓒ무신사
    ▲ 무신사 제공. ⓒ무신사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업의무보유 강화 움직임과 글로벌 IPO 훈풍, 국내 공모주 시장 강세가 맞물리면서다. 잠잠하던 유니콘 기업들도 상장 준비에 속속 나서면서 "IPO 3박자"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신사, 데카콘 도전 본격화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발송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무신사는 조만간 프레젠테이션 진행 후 대표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장까지 1~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무신사의 IPO 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무신사의 IPO 착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안진회계법인을 외부 감사인으로 지정받았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하는 등 상장 준비 절차를 차례로 밟아왔기 때문이다.

    2001년 희귀한 신발 사진이나 정보 등을 공유하는 온라인 동호회로 시작한 무신사는 2003년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무신사닷컴'을 개설을 시작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현재는 무신사와 29CM 등을 운영하고 있고,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무신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1%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무신사의 기업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해 안착시킬 경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을 넘어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으로 점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리얼트립·토스도 상장 저울질

    마이리얼트립도 상장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하며 IPO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토종 OTA(Online Travel Agency) 1호 타이틀 사수에 나선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에 맞춰 투어·액티비티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IPO 성공을 위해서는 실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2793만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은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시리즈F 투자에서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상장 후 목표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이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제·사회·지배구조(ESG) 담당 직무를 신설했는데, 미국이 코스피나 코스닥보다 엄격한 지배구조 요건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나스닥 상장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토스는 2018년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을 인정받으며 국내 첫 핀테크 유니콘으로 올라섰고, 업계에서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비바리퍼블리카 기업가치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 IPO 시장 활력에 기대감↑

    기업들이 상장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배경에는 IPO 환경 개선이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제도 개편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매매를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확대됐다. 기관 배정 물량의 30~40%를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관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IPO 주관사의 책임도 강화됐다. 이에 따라 단기 차익 매물이 줄고 상장 초기 주가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국내 시장 훈풍도 긍정적 요인이다. 미국 피그마 IPO 흥행으로 글로벌 빅테크 유니콘들의 상장 기대감이 커졌고, 국내 공모주 시장에서도 키스트론(168.3%), 지에프씨생명과학(112.7%) 등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시행되는 제도 개선안은 IPO 시장의 중장기적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도가 정착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