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 기업 58% 공모가 상회 … 평균 28.90% 상승‘KRX 포스트 IPO’ 지수, 1달간 9%대 하락 … 증시 부진 영향하반기 기대감도 … "공모가 정상화로 투자자 유입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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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지지부진하자 IPO(기업공개) 시장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성적은 희비가 엇갈렸지만,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IPO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기준 이달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8개 기업(스팩·합병 제외)의 공모가 대비 평균 상승률은 48.28%로 집계됐다.

    종목별 주가 흐름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달 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대한조선은 73.60% 오른 데 이어 ▲아이티켐(21.61%) ▲지투지바이오(176.03%) ▲삼양컴텍(112.34%) ▲에스엔시스(59.67%) 등도 공모가를 상회했다. 반면 월말 들어 상장한 한라캐스트(-15.86%)와 제이피아이헬스케어(-12.95%), 그래피(-28.20%)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종목은 32개로 전체(55개) 58.18%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기준으로는 전체 70%에 달했다. 이들 종목의 현재 주가 평균치도 지난달 18일 43.76%에서 이달 29일 28.90%로 14.86%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새내기주들로 구성된 ‘KRX 포스트 IPO’ 지수는 최근 한 달(7월 28일~8월 28일)간 9.26% 하락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종목 중 상장일로부터 15영업일이 지난 기업을 편입하고 140영업일이 지나면 편출한다.

    이는 최근 증시가 노란봉투법·세제 개편안 등 정책 실망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로 박스권에 갇히면서 IPO 시장도 시든 모습이다. 통상 공모주 시장은 코스피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0.01% 강보합세에 그쳤고 코스닥 지수는 1.06% 하락했다. 이들 양대 지수가 각각 ▲6월 13.86%·6.42% ▲7월 5.66%·3.04% 상승한 모습과는 대조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신규 상장 기업들의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이 좋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증시가 강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라며 “신규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기업 전반에 고무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던 것이기 때문에 IPO 시장만 특히 좋았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IPO 관련 제도 개편안을 본격 시행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다 대어급 기업들이 신규 상장을 꺼리는 점도 새내기주들에 대한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등은 올해 초 주식시장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IPO·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 자격·방법 합리화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 해당 개선안의 핵심은 전체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의무 보유 확약(락업)하겠다고 동의한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주관사(증권사)는 전체 공모 물량의 1%를 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번 정책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곳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만큼 ‘1호 규제 대상’을 꺼렸던 기업들은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지난 21일 명인제약·노타, 22일 큐리오시스 등 다수의 기업이 다시 IPO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전자증권 등록 관련 이슈로 상장을 철회한 에스투더블유도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또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한화그룹 에너지 부문 계열사 ‘한화에너지’ ▲LS그룹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등 몸값이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대어급’ 기업들도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IPO 시장에 대한 투심이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보유확약 비율 의무화로 인해 연말까지 기관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증시 호조세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연말까지 IPO 시장의 흥행을 전망하며 통상 하반기는 상반기 대비 이벤트(수요예측-청약-상장 건수)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운용되는 운용사 또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공모주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새로운 제도에 따라 15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의 의무 보유 확약 등을 하고 투자할 것이며 기존과 같이 상장 직후 매도가 불가해 수요예측 참여시 매수 희망 가격을 매우 보수적으로 써내는 방향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것”이라며 “주관사의 경우에도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 취득한(상한금액 30억원) 후 6개월간 보유해야 하기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데 있어 시장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공모가가 면밀한 기업 실사·기관투자자의 가치평가가 반영된 합리적 가격으로 산정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에 어느 시점에서는 공모가 밴드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