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농원 내 농원식당 총괄 … 텃밭 채소부터 장류까지 '자급'밭에서 식탁으로 직행 … '팜 투 테이블'로 차별화스마트팜 통한 고도화로 메뉴 다양화 기대
  • ▲ 송인영 상하농원 농원식당 총괄셰프가 텃밭에서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 송인영 상하농원 농원식당 총괄셰프가 텃밭에서 작물들을 살펴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제철 채소를 바로바로 따서 쓰다보니 정말, 정말 신선도가 다릅니다.”

    전북 고창에 위치한 상하농원에서 만난 송인영 농원식당 총괄 셰프는 “채소는 수확과 동시에 당이 떨어지고 변질이 시작되는데 그 시간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여러 곳에서 일을 하면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형태를 보긴 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하는 곳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군과 체결한 상생협약을 통해 2016년 개장한 농원이다. 작물수확과 낙농업, 가공 제조업,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 6차산업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농원식당은 이 상하농원 내 위치한 식당이다. 실내 100석, 실외 44석 규모의 이곳은 송 셰프가 상하농원에서 갈고 닦은 맛을 풀어내는 곳이다. 2021년 상하농원에 합류한 송 셰프는 전임 셰프의 바톤을 이어받아 식당을 총괄하고 있다.
  • ▲ 농원식당 전경ⓒ매일유업
    ▲ 농원식당 전경ⓒ매일유업
    송 셰프는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변화한 것이 ‘팜 투 테이블’이라고 말했다. 작물을 심고, 수확해서 메뉴화하는 일련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변한 걸까.

    송 셰프는 “초기에는 낙농팀에서 텃밭에 작물을 심으면 그 작물로 메뉴를 개발하다보니 (메뉴 개발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상하농원이 체험위주다보니 그렇게 진행해왔는데, 지금은 연말에 각 부서와 셰프님들이 모여서 ‘이런 걸 심으면 좋겠다’는 회의를 하고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상하농원 텃밭에서는 고추, 감자, 고구마, 양파 등 일반적인 작물부터 은화고(버섯) 등 독특한 작물들도 수확한다. 식당을 운영하다가 작물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인근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보충하는 형태다.
  • ▲ 상하농원 내 텃밭은 그의 재산이자 농원식당의 보물이다.ⓒ조현우 기자
    ▲ 상하농원 내 텃밭은 그의 재산이자 농원식당의 보물이다.ⓒ조현우 기자
    농원식당에서 판매하는 간장게장, 특제 샤브샤브, 고창 장어 덮밥, 고창 한돈 묵은지 전골 등 다양한 메뉴 중 게나 장어 등 자체적으로 생육이 불가능한 식재료를 제외하고는 60% 가까이를 자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손님들이 쌈 채소 등을 자유롭게 가져가서 먹을 수 있다. 이외에도 창란젓 등 다양한 밑반찬들도 제공한다. 농원식당에서만 사용되는 채소는 상추만 놓고 보더라도 월 200㎏, 박스로 60박스가 넘는다.
  • ▲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류 역시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 5개 공방에 대해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류 역시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 5개 공방에 대해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은 "상하농원의 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조현우 기자
    송 셰프는 “텃밭이다보니 계열에 따라 나오는 작물에 맞춘 시즌 메뉴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면서 “여름에는 열무국수, 겨울에는 동치미국수나 보쌈 같은 메뉴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구시포에서 잡히는 바지락을 활용한 바지락칼국수나 새조개 알리오올리오 등 지역 특산물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며 “세발나물피자 등 새로운 특산물 메뉴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농원식당은 단순히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5개의 공방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식자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햄, 과일, 빵, 발효, 참기름으로 구성된 이 공방은 상하농원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송 셰프는 “연간 농원식당에서 사용하는 된장만 약 200㎏이 넘는다”면서 “전량 상하농원 내 발효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셰프로서 욕심이라면, 소스 공방이나 육수 공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를 건조해 가루와 장으로 사용한다.ⓒ조현우 기자
    ▲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를 건조해 가루와 장으로 사용한다.ⓒ조현우 기자
    상하농원은 ‘팜 투 테이블’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2022년 문을 연 스마트팜도 그 일환이다. 에너지를 줄이고(Reduce), 다시 쓰고(Reuse), 재활용(Recycle) 하기 위함이다. 생산하는 작물을 다양화함과 동시에 물을 재사용하고 노동력을 효율화하는 등 푸드 마일리지를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송 셰프 역시 스마트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는 “지금은 노상에서 재배하는 텃밭 특성상 계절에 따라 식자재가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농원식당이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정적으로 사용되는 특별한 채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최근 선명한 목표가 생겼다. 상하농원을, 농원식당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기억에 남는 특별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

    송 셰프는 “모든 식재료를 상하농원에서만 나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면서 “고객분들이 상하농원을 생각할 때 그 요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 송 셰프는 '팜 투 테이블' 고도화를 통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조현우 기자
    ▲ 송 셰프는 '팜 투 테이블' 고도화를 통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