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허가·수익 구조 불안정에 해상풍력 PF 확대 발목CfD·공공 선투자·주민 수용성 확보가 금융권 참여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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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에 있는 해상풍력단지ⓒ연합뉴스
한국 해상풍력 금융조달(PF,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은 발전단가와 전력구매계약의 불확실성, 그리고 공공 선투자의 부족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참여가 지체되면서 시장 형성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영국은 정부의 차액정산계약(CfD) 제도와 공공 선투자를 기반으로 은행·연기금·글로벌 투자기관을 끌어들이며 세계 최대 해상풍력 PF 시장을 구축했다.◇영국, 15년 고정가격 + 인프라 선투자영국 해상풍력 PF의 핵심은 차액정산계약(CfD, Contract for Difference)이다.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전력은 통상 15년간 정부가 보장하는 고정가격으로 판매된다. 시장가격이 낮아져도 정부가 차액을 메워주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이러한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은행, 연기금, 글로벌 투자기관이 대규모로 참여했고, 영국은 단숨에 유럽 최대 해상풍력 투자국으로 부상했다.특히 항만·송전망·접속설비 등 핵심 인프라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선(先)투자한 점이 마중물이 됐다. 공적 자본이 초기 기반을 다지자 민간 자본이 PF 형태로 본격 유입될 수 있었다. 동시에 인허가 간소화, 환경보상기금, 지역 수용성 프로그램 등 전 주기에 걸친 정책 지원이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이 결과 영국의 해상풍력 투자는 2018년 100억 달러에서 2023년 22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한국, 제도·재정·수용성 모두 걸림돌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전력시장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돼 수익 보장이 사실상 어렵다. 발전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힘들고, 금융권도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PF 참여에 소극적이다.전력구매계약(PPA)과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제도가 존재하나, 수익 안정성은 낮다. 인허가 절차도 길고 불확실성이 커 금융권 입장에서 위험이 크다.국내 해상풍력 투자는 2018년 10억 달러에서 2023년 35억 달러로 늘었지만, 영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PF 시장은 사실상 형성되지 못했고 일부 실증·소규모 프로젝트만 은행 대출이 들어간 상태다.초기 인프라에 대한 공공 선투자도 부족하다. 항만·송전망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간 투자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에 빠졌다. 인허가 과정의 장기화, 어업권·환경권과의 갈등 등 지역 수용성 문제도 여전히 사업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국내 은행은 대출보다는 금융자문에 주로 머물고 있다. 증권사 역시 인수금융·채권 발행에 제한적으로 참여하지만 리스크 부담 때문에 투자 비중은 낮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안정적 수익구조가 확보되지 않아 직접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금융사 관계자는 “발전단가, REC 가격, 송전망 연계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PF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제도 보완 없이는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
- ▲ ⓒ한국풍력산업협회
◇금융권 참여 이끌 정책·제도적 안전판 필요전문가들은 한국 해상풍력의 금융조달 구조를 안정화하려면 ▲중장기 수익 보장 장치 마련(CfD 등) ▲공공 선투자 확대 ▲인허가·환경보상 제도 정비 ▲지역 수용성 확보 장치 마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글로벌 비영리단체 오션에너지패스웨이(OEP) 장다울 한국대표는 "영국은 정책적 안전판 덕분에 금융권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송전망과 항만 같은 필수 인프라를 공공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어민과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풍력산업협회 최덕환 실장도 “REC 가격이 시장 수급에 따라 요동치는 구조에서는 은행이 장기 PF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해상풍력 특별법 제정을 통한 수익 안정성 보장과 정부·금융권 역할 재정립의 시급성을 짚었다.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한다면 은행권도 장기 PF 참여가 가능하다”며 “국내도 영국식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본 기사는 한국기자협회와 (사)넥스트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