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WEC 합의문 불공정 계약 논란두산에너빌 주가도 휘청했다 다시 상승WEC 건설 능력 無… 韓기업 수혜 예상26조 규모 체코 원전 계획도 예상대로
  • ▲ 분당두산타워 전경. ⓒ두산그룹
    ▲ 분당두산타워 전경. ⓒ두산그룹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올 초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지식재산권(IP) 분쟁 종결을 위해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에 ‘팀 코리아’로 참여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도 출렁이는 등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SMR(소형모듈원전) 파운드리 사업은 계약 내용과 무관하며, 두산에너빌이 WEC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단 점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지속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오전 10시 50분 현재 전일 대비 5.92% 오른 6만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한수원·한전과 WEC 간 불공정 계약 체결 논란 이후 19일과 20일 이틀간 10% 이상 빠지며 5만4300원까지 하락했지만, 이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6만원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직전인 지난 1월 WEC와 체결한 지식재산권(IP) 분쟁 종료 합의문이 오히려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한 ‘윈-윈’ 협상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투심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하기 직전인 지난 1월 WEC와 ‘글로벌 합의문’을 체결하면서 체코 원전 수주권을 확보하는 대신 향후 원전 진출 가능 지역을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일부 등으로 한정하고 북미, EU(체코 제외) 등 주요 시장은 WEC 독점 영역으로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에는 한수원이 원전 수출 시 WEC에 50년간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제공하고, 1기당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도 포함됐다. 한국 기업이 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WEC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수원이 WEC와 굴욕에 가까운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합의는 로열티 지불을 넘어 향후 수출 가능성을 제약, 한국 원전의 기술 주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한전KPS, 한전기술, 우리기술, 비에이치아이 등 국내 원전 관련주들이 급락하며 된서리를 맞았다.

    한차례 후폭풍도 잠시 업계에선 이번 계약이 오히려 향후 원전 수출 불확실성을 없애고,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며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다. WEC가 원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공급망과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북미, EU에서 수주한 원전의 물품·용역 조달을 우리 기업에 발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WEC는 원자로 용기,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발주해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 원전과 조지아주 보글 원전의 주기기도 두산에너빌리티가이 공급했다. WEC가 수주한 중국 산먼, 하이양의 AP1000 원전의 원자로 주기기 역시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설계 업체인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SMR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들은 WEC와 설계가 겹치지 않아 WEC로부터 검증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향후 SMR 사업의 경우에도 우리 독자 기술로 추진할 시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수원이 WEC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 수출에 발목이 잡힐 수 있었던 만큼 이번 계약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으로, 윈-윈 협상이었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WEC의 원전 건설 능력이 없다는 점에 주목,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우리 원전 기업의 사업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원전주 주가가 폭락한 현재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온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전 수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동시에 해외 프로젝트 수주 시 미국의 제재 리스크가 줄었다. 제3국 수출 확대뿐 아니라 미국 원전시장 진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은 연구원은 “미국이 원전 산업 부흥을 단기간 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는 어렵다”며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팀 코리아’가 수주한 체코 원전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26조 규모 가운데 30~40%인 약 9조원이 두산에너빌리티 몫으로 점쳐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사다. 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등 핵심 주기기 가운데 증기터빈은 현지에서 생산하고 그 외 기기는 한국에서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