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생산능력 25% 감축 추진… 고용 안정 지원책 미흡여수·울산·대산산단 공장 중단…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노조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피해… 실질적 대책 내놔야"
  • ▲ 여수산단 야경ⓒ여수시
    ▲ 여수산단 야경ⓒ여수시
    정부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25% 줄이는 석유화학 산업 개편에 착수하면서 업계 전반에 인력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고용감축 없는 구조조정’을 요구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축을 주문하면서도 고용 안정을 뒷받침할 지원책이 빠져 있어서다. 기업들은 연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사업재편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섬식품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고용 보호를 위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설비 감축’과 ‘통합’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기업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개편안에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내세운 ‘고용 불안 해소’, ‘맞춤형 고용 지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은 선언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당장 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과 지역 경제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정부 정책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석유화학사 CEO들과 만나 에틸렌 생산량을 최대 370만 톤 줄이기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구체적 재편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구조 개편 방향으로는 과잉 설비 감축,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고용·지역경제 영향 최소화를 제시했다.

    문제는 정부가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을 요구하면서도 인력 감축은 최소화하라는 조건을 달아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안정을 위한 구체적 인센티브가 빠져 있어 기업들은 사업재편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여천NCC는 최근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을 1·2공장으로 전환 배치 중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여수 2공장 일부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명예퇴직을 병행한 바 있다. 다만 공장 가동률이 더 줄면 기업들의 부담은 물론 인력 재비치 방안에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감축량만 정했을 뿐 경제성을 어떻게 보장해 줄지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사업부 입장에서는 공장 가동 중단과 인력 배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여파는 하청업체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 대기업의 생산 축소가 이어지면 하청업체들의 연쇄 폐업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석유화학협가 발간한 '2024 석유화학 미니북' 따르면 석유화학단지별로 울산산단에는 314개 기업이 들어서 약 2만1000명이, 여수산단은 135개 입주기업에 2만1700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산산단에는 11개 기업이 입주해 약 4200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는 “산업 개편의 충격은 정규직보다 취약한 비정규직,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먼저 미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직접·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대책을 더 두텁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