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 추가 관세 폭탄단순계산 시 1000만원 제품 1500만원?… '오해'제품가 대비 철강함량분 계산 시 관세 4% 수준HD현대건설기계·인프라코어, 美 공장 건설 신중변수 너무 많아… 가격 인상으로 대응 나설 듯
  • ▲ HD현대인프라코어 대형 휠로더(DL420A-7M). ⓒHD현대
    ▲ HD현대인프라코어 대형 휠로더(DL420A-7M). ⓒHD현대
    미국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 적용 대상을 407개 파생상품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건설기계가 암초를 만났다. 관세 폭탄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가운데 건설기계사들은 현지생산보다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된 국내 건설기계사들은 비용 증가를 고려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시장이 국내 건설기계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개를 추가로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했던 25% 관세율을 6월 50%로 올렸고, 최근 기존의 615종의 파생상품에 407개를 추가하며 1000종이 넘는 상품이 50%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굴삭기, 불도저, 로더 등을 생산·판매하는 건설기계사도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들게 됐다.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는 해당 제품에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비율에 따라 부과된다. 예를 들어 제품에서 철강·알루미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라면 여기엔 50% 품목관세가 적용되고, 나머지 60%엔 상호관세율 15%가 부과되는 식이다.

    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관세 대상에 포함되기 이전 미국 현지에 보유한 건설기계 재고 물량이 남아 있어 새로운 기준의 관세가 부과된 사례는 아직 없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경우 6개월에서 1년치 물량이 미국에 확보돼 있다. 다만 신제품이나 고객 맞춤형 제품은 한국에서 수출되므로 관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건설기계 1대당 철강 함량은 대략 80~90% 수준으로 추정된다. 장비 1대 가격을 1000만원으로 볼 때 철강 함량분(80~90%)에 따라 800만~900만원에 50% 관세가 적용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틀린 계산법이다. 제품가격 대비 철강재(가격)의 비중을 따져, 해당 부분에 50% 관세가 적용되는 게 맞다는 분석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0톤급 대표모델의 경우 21톤 정도의 철강재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제품가격 대비 철강재의 비중은 약 11~12%이고, 여기에 대해 기존 15% 외에 추가로 부과되는 35%의 품목별 관세는 661만~672만원 수준으로 제품가격 대비 4.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미국 현지생산 검토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국내와 중국, 인도, 브라질, 노르웨이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고 그 외 북미, 유럽 등에는 조립센터를 보유 중이다. HD현대건설기계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HD현대인프라코어는 1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판가 조정, 현지 조립센터 활용, 반조립 수출 방식 유연화 등 다각적인 전략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공장 설립 시엔 부지 선정을 비롯해 추가적인 고객사 확보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만큼 일단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판단이다.

    미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보유한 두산밥캣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 충격이 덜하다.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의 전체 물량 중 미국 생산 비중은 67%, 전체 매출 가운데 미국 매출 비중은 74%를 각각 기록했다. 미국 생산량과 매출량이 밸런스를 이루며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는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하 문제가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0% 관세 폭탄에 철강 대미 수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부담 완화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이번 회담에서 관세율이 일부 인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