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올해 16건·952억원 금융 피해… "내부통제 무력화"해외는 CEO 해임·수조 원 벌금, 한국은 '무늬만 징계'이찬진, '소비자 보호 강화' 천명 … CEO제재 사례나올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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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책무구조도가 도입됐지만 은행권 금융사고는 한 달에 두 번꼴로 되풀이되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책임경영이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24억원대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불과 두 달 전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1078억원대 사기 사건이 터진 데 이어 또다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대형 해외사고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본사에서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하나은행에서는 직원이 거래처에 총 48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내주고 금품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내부 직원들이 법원·검찰 문서를 무단 열람·공유한 데 이어 수만 명 고객이 피해를 입은 인터넷뱅킹 오류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에서는 신입 직원이 13차례에 걸쳐 시재금 2000만원을 횡령하는 사건도 있었다.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10억원 이상 대규모 금융사고가 16건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총 952억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5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 221억원, KB국민 157억원, 신한은행 37억원 순이다. 국내 공시 기준으로는 우리은행은 빠져 있으나, 앞서 인도네시아 법인에서만 1000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사고는 국내를 넘어 해외 법인과 인터넷은행, 외국계 은행까지 확산됐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서는 37억 5000만원 규모 직원 횡령이 적발됐고, 토스뱅크(27억 8000만원), SC제일은행(130억 3000만원) 등에서도 사고가 보고됐다. 사실상 은행권 전반에서 '사고 팬데믹'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문제는 사고가 터져도 경영진 책임은 사라지고, 제재는 대부분 경징계 수준이라는 점이다. 실제 국내 은행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징계는 '감봉'이나 '견책'에 그치고, CEO 해임이나 고강도 제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해외에서는 웰스파고가 허위계좌 개설 사건으로 30억 달러 벌금과 CEO 해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HSBC는 자금세탁 위반으로 19억 달러 벌금을 부과받는 등 최고경영진까지 강력한 책임을 지운다.전문가들은 국내 은행권의 반복 사고는 구조적 모럴해저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학계 한 교수는 "CEO와 경영진 책임 강화 없이는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독립적 감독기구 설치 같은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한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번 기조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책무 구조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 제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