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레이드 흥행에 '시장 뺏길라' 위기감NXT 출범 후 거래대금 감소 … ‘15% 룰’도 발목정규장 조기 개장 방안 검토 … 증권사 의견수렴 금융노조 "현 정부 4.5일제 추진에 역행"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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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 출범 이후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도 잇따라 거래 체제 개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사와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쏟아지면서 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12시간 주식 거래 체제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의견 수렴 절차에 나섰다. 거래소는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의 정규 거래 시간을 ATS와 동일한 오전 8시~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가 정규장 거래 시간 연장에 나서게 된 배경은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이다. 지난 3월 4일 공식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오전 8시 50분 ‘프리마켓’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메인마켓’ ▲오후 3시 40분~오후 8시 ‘애프터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매매체결 수수료도 거래소 대비 20~40% 낮으며 최선주문집행(SOR) 등을 도입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왔다. 실제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6170억원에 그쳤지만, ▲4월 3조8020억원 ▲5월 5조1860억원 ▲6월 10조6820억원 ▲7월 8조8120억원으로 늘었다. 이달에도 약 7조원대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넥스트레이드 출범 전인 지난 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1803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18조8678억원으로 10.92% 감소했다. 지난 4월에는 14조2258억원(-32.83%)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또한 넥스트레이드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매월 말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 개별 종목은 30%를 초과하지 못한다.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일평균 거래량 비중이 상한선을 넘어서자 79개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도 거래 체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일간 거래 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예고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도 24시간 거래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 거래소 간 격차 감소, 넥스트레이드의 ‘15% 룰’ 위반 가능성, 글로벌 거래소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리며 거래 시간 연장 논의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당초 거래소에서는 ▲오전 8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오후 3시 40분~오후 8시 애프터마켓 운영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을 연 후 정규장 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을 연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규장 조기 개장 방안은 노동조합과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대체거래소 정책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의 고통으로 메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거래소가 2700여개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증권사 직원, 상장기업 공시 담당자 등 자본시장 종사 노동자들에게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5일제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시스템 변경·인건비 증가 등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단일 종목,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증권사·투자자들의 이점이 있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특정 부서들의 출근이 앞당겨지는 등 인력 운영과 노무 측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중소형사들은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다만, 투자자들의 매매 타이밍이 늘어나며 거래량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앞당기는 안은 포기하고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거래소 측은 “거래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은 여전히 검토 중이며 수수료율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며 “증권사 내부 직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실 가능한 방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