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 입찰제한 6개월 → 민사소송 제기 업계, 행정소송으로 맞대응… "한전, 과도한 조치"
  • ▲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 한국전력 본사 ⓒ연합뉴스
    입찰 가격을 놓고 한전과 전력기기 업체간 공방이 점차 격해지는 양상이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전력기기 담합 사건과 관련해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9개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를 적발해 총 3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민사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전력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각 기업들은 소장이 도착하는 대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사건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진행된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조달 사업이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들이 사전에 낙찰 업체를 정하고 물량과 가격을 나눠 가진 담합으로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전은 이번 담합으로 발생한 피해액이 약 16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민사 제기 단계에서는 약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접수했으며, 법원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액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추후 손해액 입증이 확보되는 대로 청구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 담합 제재 이후, 이에 맞대응 하는 차원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입찰 제한에 이어 한전의 손배청구까지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앞서 한전은 국가계약법 제 27조 및 공공기관운영법 제 39조에 따라 이들 기업에 6개월 간 공공입찰 참가 자격 제한과 공급자 등록 취소 처분을 통보했다. 

    이후 이들 전력기기 업체들은 한전을 상대로 제재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입찰 제한'은 유보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전이 제시하는 낙찰가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낮아 정상적인 가격경쟁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합을 인정한 적도 없고, 본 소송을 통해 정당성을 입증할 것"이라면서 "해외에서는 안정성과 사업 경험이 입찰의 핵심 요건이지만 국내 사업은 최저가 중심 구조가 고착돼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인 수익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술개발과 품질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으로 각 기업들의 매출 구조에서 해외 비중이 커진 점도 정부와 업계간 갈등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사업의 수익성 격차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예전처럼 기업들이 국내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