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장관, 대기업 노무담당 임원 만나 협조 당부 메세지 '경영 판단'에도 노조 파업 나서면서 산업현장 혼란 가중돼 정부, 균형자 역할 보다 노동계 입장 대변 … 산업계 불만 확산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자동차·조선·철강·금융권을 비롯한 주요 업종에서 앞다퉈 파업을 선언하거나 돌입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추계투쟁'이 이미 점화된 가운데 정부는 대기업들에 '협조'를 당부하고 나서 논란이다. 표면적으로는 '소통 강화'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경영계에만 부담을 떠넘기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조들의 파업 예고가 잇따르며 산업 현장이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정부의 첫 행보는 기업들을 향한 '협조' 요구였다. 3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에 참석해 "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의 부담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개정 노동법은 새로운 원하청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시작점으로, 노사관계를 노사관계를 참여·협력·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영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노사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균형자 역할을 내세우기 보다는 사실상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으로 노조 권한은 대폭 강화됐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기업이 오롯이 짊어지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기업들은 법적 부담과 경영 차질 속에서 정부의 협조 요구까지 수용해야 하는 처지다.   

    '노란봉투법'은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과 근로조건 중심에서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으로 광범위하게 확대했다. 사용자 범위도 확장해 하청업체 근로자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장은 이미 파업 도미노가 현실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6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을 깨고 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올 가을 추계 투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노사는 지난 6월 18일 상견례 이후 무려 20차례나 마주 앉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좁혀지지 못한 간극이 파업으로 터져 나왔다.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노조는 합병 발표를 문제 삼아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HD현대미포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중심 조선소로 탈바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노조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사의 경영 판단을 두고 노조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노조는 2·3일 4시간, 4·5일 7시간씩 작업을 멈추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합병 세부자료 공개와 고용 보장책을 요구하며 추가 공동 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노란봉투법을 발판 삼아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태세다. 기업의 경영판단 등 전략적 의사결정이 언제든 파업 명분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노조가 경영 개입하는 길이 열린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 방침을 문제삼아 3일까지 특근을 거부하고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철강업계에서도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원청 현대제철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애 나섰다.

    건설 현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전국건설노조 수원 남부지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장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시중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26일 94.98%의 앞도적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 중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장관은 최근 "노란봉투법에 대해 크게 기대할 것도, 우려할 것도 없다" 언급해 정부가 기업의 경영부담과 노사 갈등 문제를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CHO들은 노란봉투법 통과로 산업 협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역하을 해달라"면서 "사업체 분할·합병이나 사업장 이전, 해외투자 등 경영상 결정까지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경우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