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불법체류 단속에 한국인 300여 명 체포韓기업 겨냥, 투자만으로는 부족 … 고용 확대 압박 美, 인건비 韓 3배·숙련도는 낮아 … 삼성·SK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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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조지아주 HL-GA 배터리회사(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 불법체류 단속에 한국인이 대규모로 체포·구금되면서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인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응해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지으려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작업 지연과 현지 인력 채용 등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8일 업계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 등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 소재 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관련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총 475명을 체포·구금했다.해외 기업들에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대표적인 대미 투자 기업 중 하나를 타깃으로 삼아 사상 최대 검거 작전을 펼친 셈이다. 앞서 조지아주 정부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두고 ‘지역 최대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이번 한국기업 현장에 대한 단속은 미국인을 더 많이 고용하라는 압박 차원으로 해석된다.실제 단속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미국의 이민법을 존중해 주길 요청한다”라며 “기술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을 합법적으로 영입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민단속의 제보자로 알려진 조지아 토리 브래넘 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 후보 또한 “값싼 불법 노동력 때문에 훈련받은 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톰 호먼 국경안보총괄책임자는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사한 단속이 더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 “짧게 말해서 그렇다”면서 “정상적인 비자를 갖추지 않은 불법적 입국과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은 범죄에 해당한다. 훨씬 더 많은 현장을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결국 한국 기업들은 합법 비자 발급이나 현지 인력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직 취업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는 발급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실제 취득 인원도 제한적이다. 많은 기업들이 회의·계약 목적의 단기 상용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에 의존해온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현지 채용도 쉽지 않다. 미국 건설 인력의 인건비는 한국의 3배 이상이지만 숙련도는 오히려 낮다는 평가가 많다. 단순 인건비 부담을 넘어 교육·훈련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추가되면서 공사 지연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계획 중인 국내 반도체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외관은 대부분 완성된 상태로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지만, 인력 충원문제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997년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30년 가까이 운영하며 비자와 현지 인력 관리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단속 국면이 이어질 경우 공정 지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SK하이닉스 역시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이다. 아직 착공 전이라 직접적 타격은 없지만, 착공 이후에는 현지 인건비와 숙련도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