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키우고 석화·철강 구조조정 맡아 勞, 부산 이전 철폐·노동이사제 강경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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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진 산은 회장 내정자(우)ⓒ뉴데일리
71년 만에 한국산업은행 첫 내부 출신 회장이 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30년 가까이 산은에서 근무한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취임을 앞둔 박 내정자 앞에는 첨단산업 육성, 기간산업 구조조정, 부산 이전 후유증 해소라는 삼중 과제가 놓여 있다.◇첨단산업 키울 첫 시험대 … 구조조정의 칼날도 쥔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재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운용 중이며, 정부는 이를 민간자금과 연계해 총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 내정자가 직접 챙겨야 할 분야는 AI(인공지능),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전략산업 투자다.그는 내정 직후 “AI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동문 인사’ 논란을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박 내정자는 동시에 석유화학·철강 등 전통 산업의 구조조정 과제도 안고 있다. 산은은 현재 석유화학 업종 채권단을 이끌고 있으며, 철강·2차전지 업종까지 구조조정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그는 “성공적인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들과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했다. 과거 기아·대우 구조조정 TF(테스크포스)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기대가 크지만, 산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정 속도와 방향을 두고 갈등이 불가피할 수 있다.◇노조, 부산 이전 철폐·조직 정상화 요구내부 과제도 녹록지 않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으로 지난 3년간 퇴사자가 크게 늘었다고 주장하며, 본점 이전 철폐와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연간 30명 수준이던 퇴사자는 부산 이전 추진 이후 연 100명 가까이로 늘었고, 특히 2022~2023년 사이 2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또한 부산으로 내려간 지역성장지원실·동남권투자금융센터 등 조직에서 약 80명이 서울 본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부행장 인사 시 직원 평가 반영 ▲노동이사제 도입 ▲정원 확대 및 임금·복지 개선 ▲주 4.5일제 및 AI 업무툴 지원 등이 핵심 요구안에 포함됐다. 노조는 성명에서 “요구안 수용 없이는 출근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드러냈다◇정치적 논란도 부담 … 내부 출신 첫 회장의 진검승부박 내정자가 대통령의 법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동문 인사’ 논란도 제기된다. 그는 2019년 퇴직 후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맡았으며, 금융 현안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산은 회장이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주도하는 자리인 만큼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박 내정자가 직면한 과제는 ▲첨단산업 투자 성과 ▲구조조정 성패 ▲부산 이전 후유증 극복과 노사 갈등 해소다.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이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노조는 오히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새 회장이 정부, 산업계, 노동계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출범 초반부터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