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100배, ESTA 2배 인상백악관, 지침 오락가락에 혼란기업들 전문직 인력 확보 난항
  • ▲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러벨에 위치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연합뉴스
    ▲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엘러벨에 위치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연합뉴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근로자 구금사태로 놀란 배터리업계가 다시 한번 비자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 이후 단기 상용 비자(B-1) 체류 자격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넓히고 전문직 취업 비자(H-1B) 할당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는 비자 제도 개선에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와 전자여행허가(ESTA) 수수료 인상 방침으로 미국 현지 사업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ESTA 신청 수수료는 현행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된다. ESTA는 한국을 포함한 무비자 협정국 국민이 90일 이내 미국을 여행할 때 필요한 전자여행허가 제도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 달러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해당 조치는 21일부터 즉시 시행됐다. 다만 이미 제출되거나 승인된 청원과 비자 소지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10만 달러를 내고 싶지 않다면 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H-1B 비자는 미국 내 전문직 종사자에게 발급되는 대표적 취업 비자로, 배터리 현지 법인에서는 품질경영 엔지니어, 기업 전략 관리자, 시장 조사 담당자 등 다양한 직무에 해당 인력을 운용해왔다.

    미국 내 H-1B 비자 승인 통계에서 한국은 5위 국가다.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 ‘2024 회계연도 H-1B 승인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승인된 H-1B 비자 약 39만 건 중 한국인은 3983건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인도(71%), 중국(11.7%), 필리핀(1.3%), 캐나다(1.1%)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다.

    미국 노동부(DOL) 자료를 보면, 2025 회계연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 공장 관련 H-1B 비자 고용을 위해 23건의 노동조건신청서(LCA)를 제출했고, 삼성SDI 미국 법인은 5건을 제출했다.

    문제는 배터리 3사 모두 미국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배터리 3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한 생산 역량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짜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7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4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주요 공장은 미시간주 랜싱(EV·배터리), 애리조나주 퀸크릭(EV·원통형 배터리),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 합작 공장(EV 배터리), 오하이오주 파예트카운티 혼다 합작(EV 배터리)공장이다.

    삼성SDI는 2026년 목표 GM 합작 인디애나주 뉴칼라일 공장(각형·원통형)을, 2027년 목표로 스텔란티스 합작 코코모 공장(각형) 건설을 진행 중이며, SK온은 조지아·켄터키·테네시주 공장 건설을 마쳤지만 현지 장비 관련 기술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STA 수수료 인상도 문제다. 이번 조지아주 사태 관련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17명 가운데 ESTA 비자를 사용한 인원이 17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B-1(사업)·B-2(관광) 비자 소지자가 146명, EAD(취업허가)를 가진 근로자가 1명이었다. 업계는 통상 한 달 미만의 단기·일회성 업무 파견 시 ESTA 비자를 활용해 왔는데,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비자 제도 개선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H-1B와 ESTA 비자 수수료 인상으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초기 인력 운용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공장 설계, 장비 설치, 품질 관리 등 핵심 직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사업 안정화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논의 중인 단기 파견용 비자 카테고리 신설이나 한국인 전용 전문직 비자(E4)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 향후 미국 공장 운영에 필요한 숙련 인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과 미국 간 협의 결과, 비자 제도 개선이 현실화될지 여부에 따라 현지 생산 계획과 투자 속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경쟁력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 조치가 우리 기업과 전문직 인력들의 미국 진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미측과 필요한 소통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