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 1% 의무화SAF 가격 전년비 30% 상승해 항공사 부담 가중국내 생산 기반 미비로 가격 부담 확대 우려
  • ▲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지속가능항공유(SAF) ⓒ대한항공
    ▲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지속가능항공유(SAF) ⓒ대한항공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로 국내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영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고정비 상승에 따른 항공 운임 인상은 고객 부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7부터 국내발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을 의무화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SAF 혼합 비율은 1%를 시작으로 2030년 3~5%, 2035년 7~10%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SAF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기름, 농업 부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생산 전 과정에서 일반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최대 80%가량 줄일 수 있어 실질적인 탄소 감축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 항공업계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중심으로 유럽 노선과 일부 단거리 국제선에서 SAF를 혼합 급유해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유류비가 전체 운영비의 30%를 차지하는 구조 탓에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SAF의 높은 가격과 취약한 공급망이다. SAF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폐식용유는 상시 공급 부족을 겪고 있으며 최근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또한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이 폐식용유를 전략물자로 분류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향후 SAF 가격 상승 폭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유럽 내 SAF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톤당 2631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30% 상승해 일반 항공유보다 최대 3.7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는 정유업계의 생산 기반이 미흡해 SAF 도입 시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해 더 큰 가격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혼합의무비율을 1%로 추산했을 때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450억원, 국적사 전체로 보면 연간 9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2024년 ESG 보고서에서 지난해 SAF 사용량이 15만1344US갤런으로 전년 7만1355US갤런에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기존 항공유 사용량 대비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고 명시했다.

    정부는 SAF 추가 비용에 따른 항공업계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재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으로 지원 중인 제도를 2027년부터 항공사에 직접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공항시설 사용료로 지원하는 6억원은 연간 920억원에 달하는 SAF 추가 비용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혼합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해당 연도 평균 거래가격의 1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규정도 도입될 예정이어서 업계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 SAF 급유를 의무화한 국가는 톤당 250~533 유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해 항공사의 연료 구매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독일 루프트한자는 올해 1월부터 EU·영국·노르웨이발 항공편에 최대 72 유로(약 11만5000원)의 SAF 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에어프랑스-KLM도 최대 12 유로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다.

    EU 회원국 27개국이 유류비 증가분을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국내 항공사도 향후 SAF 비용을 운임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SAF 혼합 비중이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면 항공사의 경영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