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코 백화점서 정식 매장 열어첫 브랜드는 '트리밍버드' … MZ세대 공략주차별 다른 브랜드로 'Win-Win'
  • ▲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파르코 백화점ⓒ조현우 기자
    ▲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파르코 백화점ⓒ조현우 기자
    일본에서의 한류는 더 이상 공연장과 스크린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일상으로 스며든 한류는 식탁과 소비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020세대에 녹아든 이른바 4차 한류는, 일본 시장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정 성별과 연령대를 넘어 일본 남녀노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류를 뉴데일리가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관광의 중심지인 도쿄에서 살펴봤다.

    지난 9월 19일 오전 10시 30분. 오픈을 앞둔 파르코 백화점 정문과 우측 별도 출입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으로 더현대글로벌 정식 매장을 이곳에 오픈하는 날이다.

    줄을 선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코이세이오(COYSEIO) 오픈과 더불어 더현대글로벌을 찾는 무리다. 다만 코이세이오의 경우 우측 별도 출입구에서 순서를 돕는다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정문에 모여든 사람들은 대부분 더현대글로벌과 첫 번째 오픈 브랜드인 트리밍버드를 방문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 A씨는 팔로우하고 있는 트리밍버드 공식 SNS를 보여주며 “느낌이 좋은 브랜드”라고 말했다.
  • ▲ 백화점 오픈 시간을 30분 앞둔 10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몰려있다.ⓒ조현우 기자
    ▲ 백화점 오픈 시간을 30분 앞둔 10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몰려있다.ⓒ조현우 기자
    백화점 문이 열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상층으로 이동했다. 4층에 내려 층을 한바퀴 둘러보자, 곧 수많은 사람들이 줄이 서 있는 한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더현대글로벌의 첫 번째 해외 공식 매장이다.

    더현대글로벌이 첫 정규 매장에서 선보이는 브랜드는 ‘트리밍버드’다. 자연 고유의 분위기와 인간의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의 조화를 녹여낸 의복을 전개하는 브랜드로, 이미 더현대서울을 통해 그 영향력을 확인한 바 있다.
  • 주요 타깃층인 일본의 2030세대는 단순히 옷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브랜드와의 교감과 스토리, 현장에서의 즐거움 등 ‘경험 소비’ 성향이 강하다. 또 자신만의 감성으로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이를 SNS를 통해 표현하는 것도 특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순히 매장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본의 MZ세대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트렌디함을 가진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트리밍버드는 일본 고객에게도 이미 인지도와 브랜드력이 검증된 만큼 첫 문을 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 더현대글로벌 첫 브랜드인 트리밍버드 매장 전경. 오픈 직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조현우 기자
    ▲ 더현대글로벌 첫 브랜드인 트리밍버드 매장 전경. 오픈 직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조현우 기자
    4층에 위치한 더현대글로벌 매장은 기존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던 곳과 위치가 달라졌다. 본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4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매장 전면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위치였지만, 지금은 오른쪽의 별도 위치로 이동했다.

    이는 매장이 위치한 파르코 백화점이 제안한 공간이다. 단순 매장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 옆 보이드(VOID) 존과 함께 구성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이드 존에서는 여유있는 공간과 동시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무드를 보다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는 실제 제품 체험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온 일본인 여성 B씨는 “데미지 있는 청바지(데미지 진)가 예뻐서 구매했다”면서 “(백화점 오픈 전부터) 두 시간 기다렸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 ▲ 파르코 백화점은 4층에 더현대글로벌 외에도 오소이, 코이세이오 등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켰다ⓒ조현우 기자
    ▲ 파르코 백화점은 4층에 더현대글로벌 외에도 오소이, 코이세이오 등 한국 브랜드를 입점시켰다ⓒ조현우 기자
    파르코 백화점은 4층에 한국 패션 브랜드를 집약시킴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날 더현대글로벌과 함께 문을 여는 코이세이오 역시 2022년 7월 처음 론칭한 한국 브랜드다. 또 오소이(OSOI) 역시 이날 같은 층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최근 일본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스페파’와도 결이 맞다. 스페파는 스페이스 퍼포먼스(Space Performance)의 줄임말로, 공간에 대한 효율과 의미를 찾는 신조어이기도 하다.

    더현대글로벌 역시 체류 시간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브랜드 포토존, 인플루언서 현장 이벤트 등을 통해 매장 자체를 콘텐츠로 소비할 수 있게 꾸몄다. 이는 일본 소비 트렌드 변화에 부응하는 경험형 공간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 ▲ 더현대글로벌 정규 매장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매장 운영에 나선다ⓒ조현우 기자
    ▲ 더현대글로벌 정규 매장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매장 운영에 나선다ⓒ조현우 기자
    더현대글로벌은 정규 매장으로 선보이는 만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간 (파르코백화점 내) 팝업 스토어가 단기간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면, 정규 매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벤트 위주로 운영됐던 것과 달리 더현대글로벌 정규 매장은 시즌별 기획전과 아티스트 협업, 한정 굿즈 등 중장기적인 콘텐츠로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 주차마다 브랜드가 교체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조현우 기자
    ▲ 주차마다 브랜드가 교체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조현우 기자
    더현대글로벌은 주차별로 이벤트와 상품 구성을 다르게 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안한다. 2주마다 다른 스타일과 아이템을 선보이고, 일정 기간마다 브랜드가 교체되는 릴레이 형태로 다양한 K-브랜드가 일본 현지에 소개될 수 있게 한다.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브랜드에는 다양하고 장기적인 노출 기회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더현대 글로벌 사업의 브랜드 소싱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유통 모델을 다변화하며 K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