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량 28.4%↓… 수입차 9위→10위점유율 1.92%… 디젤게이트 이후 사상 최저EV 제외 판매 부진 지속… HEV 부재 치명적
  • ▲ 폭스바겐 골프 GTI ⓒ폭스바겐코리아
    ▲ 폭스바겐 골프 GTI ⓒ폭스바겐코리아
    올해는 수입차가 한국에 상륙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360만 대로, 그간 수입차는 소수 계층만 타는 차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변모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왕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도 선두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렉서스, 볼보,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등 5개 수입차 업체의 위치와 판매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독일의 '국민 자동차'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6%를 웃돌았던 점유율은 1%대로 주저앉아 브랜드 역사상 가장 낮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한 '전동화 전환' 전략이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기차 출시에만 집중하고 최근 가장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 차종을 내놓지 않은 것이 판매량 감소의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전년보다 28.4% 하락한 3694대를 판매했다.

    이는 KAIDA에서 집계하는 수입차 업체 26곳 중 10위에 해당하는 순위로 MINI(4807대)에 밀려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했다. 이마저도 랜드로버(3343대), 포드(3288대) 등에 위협받고 있어 올해 수입차 '톱 10'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폭 줄었다. 폭스바겐의 올해 1~8월 누적 점유율은 1.92%로 전년 대비 1.11%포인트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로 폭스바겐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1%대를 기록한 건 '디젤게이트'로 국내에서 차를 단 한 대도 판매하지 못한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여파로 한국에서 외면받은 이후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만 해도 연간 2만5649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6.39%를 기록했던 폭스바겐은 2015년 3만5778대를 팔아 정점을 찍었지만, 디젤게이트를 겪으며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8273대를 팔아 5년 만에 '1만 대 클럽'에서 빠지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 전기차를 제외하곤 전체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신형 골프, 아틀라스, ID.5, 골프 GTI 등을 잇달아 선보이는 등 신차를 연이어 출시했으나, 별다른 판매 반등 끌어내지 못했다.
  • ▲ 폭스바겐 ID.5 ⓒ폭스바겐그룹코리아
    ▲ 폭스바겐 ID.5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다만 전기차 판매 비중은 뚜렷한 확대세를 보였다. 폭스바겐의 대표 전기 SUV 모델인 ID.4는 1522대, 쿠페형 전기 SUV ID.5는 733대가 판매돼 합산 2255대를 기록했다. 두 전기차 모델이 전체 판매의 61%를 차지한 것으로, 판매 차량 10대 중 6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반면 내연기관 모델에서는 골프 2.0 TDI가 554대, 투아렉 3.0 TDI가 357대, 골프 GTI가 234대였다. 이어 대형 SUV 아틀라스 2.0 TSI가 223대,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TSI가 71대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모든 내연기관 차종 판매량은 전기차보다 낮았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섣부른 전동화 전략을 내세운 점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을 겪게 한 배경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 폭스바겐은 앞서 지난 2019년 브랜드 미래 전략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인 MEB 플랫폼(폭스바겐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양산 전기차 ID.3를 선보이며 전동화 전환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미국발 관세 폭풍, 중국산 전기차 공습,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하이브리드차 급증 등 다양한 이유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면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폭스바겐은 최근 대세 차종 꼽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하이브리드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대체재로 떠오르며 '친환경차 전환'의 중심축을 맡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전기차를 제외하고 여전히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최근 완성차 업계에 불어닥친  위기를 돌파할 타개책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차종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