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총리, 세계개발구상 회의서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中, 美 떠난 WTO서 자유무역 수호자 자처하며 영향력 확대미·중 분쟁 완화 가능성도 생겨 … 한국 수출엔 긍정적 신호"중국의 특혜 남용 일부 해소 …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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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뉴시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국제 무역시장에서 중국발 저가공세에 시달려온 한국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일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번 중국의 개발도상국 특혜 포기 선언으로 미·중 분쟁 완화 가능성이 생겼고, 중국의 WTO 협정상 의무가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 수출이 주도하는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더 이상 새로운 특별 및 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이에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했다.이날 리 총리 발표에 대해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국내외 양쪽 정세를 모두 염두에 두고 대외적으로 내린 중요한 입장 선언"이라면서 "다자간 무역 체제를 확고히 수호하고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와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적극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WTO에서 개발도상국은 관세를 비롯해 보조금 감축 의무, 기술·재정 지원, 무역 규범 이행 등 약 150개 분야 협정에서 '특별우대조치(SDT)'를 받는다. 다만 개도국 지위에 대한 공식적인 기준이나 정의는 없어 가입국이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위를 얻거나 상실한다.중국이 이런 특혜를 포기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중국은 한국 등 선진국과 동등한 의무를 부담하면서 경쟁을 하게 된다.그동안 중국이 이런 WTO 특혜를 등에 업고 한국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무역 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다만 중국은 개도국 지위와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국가들과 개혁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개도국 관련 특혜는 사실상 포기하지만 공식적인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면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좌장 역할은 계속하겠다는 뜻이다.이에 대해 리 부부장은 "중국은 항상 글로벌사우스의 일원이며, 항상 개도국과 함께 서 있다"면서 "다자간 무역 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WTO 개혁과 국제 경제무역 규칙 조정에 전면적으로 깊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중국의 결정은 지난 20여년 동안 개발도상국 지위 남용 포기를 압박해온 미국과 무역협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이 미국이 떠난 WTO 내에서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재편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장상식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그동안 미국이 문제 삼아온 '중국의 SDT 남용'이 일정부분 해소되면서 WTO 개혁이나 새로운 다자협상(보조금, 전자상거래, 무역원활화 등)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며 "또한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이 있어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 부담이 완화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장 원장은 또 "중국의 무역원활화 조치가 개선될 경우 한국 기업의 중국 통관 예측 가능성 개선이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농업보조금 축소가 이루어질 경우 한국 농식품·소비재의 수출여건 개선 가능성이 있고, 중국 내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의 기술 유출이나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일정부분 긍정적 영향 가능하다"고 전망했다.다만, 장 원장은 "중국이 WTO 내 영향력을 확대하면 한국은 특히 전자상거래, 디지털 무역, 보조금 투명성 등 신규 의제에서 미·중 사이 협상 포지션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