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5% 매각안 이사회 의결 … 최대 1.8조 확보현지 생산·R&D 투자 및 전장·AI 미래 투자 활용구광모 위닝 R&D 결단 … 1위 브랜드 위상 굳힌다
  • LG전자가 인도법인 증시 상장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과 미래성장 재원 확보에 나선다. 

    30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인도 현지법인 지분의 15%(1억181만5859주)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최종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이르면 내달 중 기업공개(IPO)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상장의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 투자설명서를 제출해 올해 3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당초 4~5월 IPO를 계획했으나 주식시장 변동성 등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신중하게 저울질 해왔다. 

    처분일과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LG전자는 인도증권거래위원회의 최종 승인 이후 공모가 밴드와 처분예정일자를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상장을 위해 매각하는 LG전자의 지분 평가액은 1조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 2분기 말 LG전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1000억원임을 고려하면 이번 상장은 LG전자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당초 전망보다는 줄어든 금액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법인의 시장 가치가 LG전자 전체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130억달러(한화 약 19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 결과 IPO를 통해 최대 15억달러(2조2120억원)의 자금이 LG전자 본사로 유입될 것으로 봤다. 

    이번 IPO는 신주 발행이 아닌 구주 매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속도가 빠르고 이자비용 등 금융리스크 없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확보한 자금은 인도 내 생산 확충과 전장·인공지능(AI)·로봇 등 전사 차원의 미래 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증권가도 이번 인도법인 상장이 LG전자 현금 흐름 개선과 재무지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관세 부담과 시장 경쟁 심화 등 악화한 경영 환경 속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급감했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판매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 영향으로 1917억원 규모로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MS사업본부 대상으로 만 50세 이상 또는 저성과자 대상 희망퇴직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전체 사업부로 확대했다. LG전자가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 ▲ 스리시티 공장 조감도.ⓒLG전자
    ▲ 스리시티 공장 조감도.ⓒLG전자
    우선 인도 증시 상장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자금은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활용될 전망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가전업계는 수요 침체 장기화 돌파구로써 인도 등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에어컨과 세탁기 보급률이 각각 10%, 20%를 밑돌 정도로 가전 보급률이 아주 낮다. 하지만 내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주요 가전 제품군에서 인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고, 최근에는 2년 연속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꼽힐 정도로 브랜드 위상이 높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2829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순이익도 2097억원으로 반기 기준 첫 2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매출과 순이익 모두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LG전자는 지난 28년간 구축해 온 현지 사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도 특화 라인업, 생산·서비스·연구개발(R&D) 인프라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유입된 자금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4조7000여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AI와 전장, 낸난방공조(HVAC)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도 최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으로서 ‘위닝(Winning) R&D’를 강조한 바 있다. 

    위닝 R&D는 중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