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입원, 독감보다 3배 … 고령층은 5배 위험연휴 의료공백 최소화, 병·의원·약국·소아 진료 24시간 가동쯔쯔가무시증·식중독 등 계절성 질환 겹쳐 다중 위기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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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에 달하지만 의료현장에는 설렘과 달리 긴장감이 감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다는 '트윈데믹' 위기론, 진드기매개 감염병과 식중독 같은 계절성 질환 그리고 연휴 특유의 의료 수요 쏠림이 겹치며 응급실은 일찌감치 '포화 신호등'이 켜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하루 평균 428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입원 환자의 6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추석 연휴 기간 가족 모임이나 요양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고, 이 중 60% 이상이 65세 이상"이라고 밝혔다.

    2024년 통계에서도 코로나19 입원은 1만9562명으로 독감(6205명)의 세 배에 달했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코로나19 입원 위험이 독감 대비 5배 높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는 단순한 호흡기질환이 아니라 장기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년 최신화된 백신 접종이 고위험군 보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백신 불신론, 타이레놀 논쟁까지

    그러나 백신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백신자문기구인 ACIP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면 권고를 철회하고 개인별 판단(shared decision-making) 방식으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처럼 권고 중심이 흐려지면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위험이 크고 결국 고위험군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미국에서 제기된 '임신부 타이레놀 복용-자폐' 연관 주장이 국내에서도 번지며 불안을 자극했다. 연휴기간 가정 내에서 일차적으로 대응할 필수 상비약의 부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부가 고열일 경우 의료진과 상의 후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일선 감염내과 교수들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불신론이 접종률을 떨어뜨릴 경우 결국 고위험군의 피해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 가을철 감염병, 또 다른 복병

    추석 연휴에는 성묘·벌초, 농작업 등 야외활동이 늘면서 가을철 특유의 열성질환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것이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이른바 '가을철 3대 열성질환'이다. 이들 질환은 감기와 유사한 발열·근육통으로 시작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패혈증, 신부전, 호흡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쯔쯔가무시증 환자는 매년 5000~1만 명가량 발생하며 늦게 진단될 경우 사망률이 30%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작은소참진드기를 매개로 전파되며, 고열과 설사·구토 등 소화기 증상으로 시작해 의식 저하·출혈·경련 등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풀숲에 노출된 뒤 2~3주 내 발열, 발진, 몸살 증상과 함께 까만 딱지(가피)가 발견되면 쯔쯔가무시증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조기 진단 시 예후가 좋지만 늦으면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그는 "SFTS는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초기 대응이 생명을 좌우한다"며 "야외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식약처에서 승인한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렙토스피라증 역시 가을철 논·밭에서의 작업과 밀접하다. 쥐나 가축의 소변으로 오염된 물이나 흙에 노출될 때 감염되며, 발열·근육통·결막 충혈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방치할 경우 황달·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농촌에서 벌초나 농작업을 돕는 도시 거주자들에게서 종종 발생하는 만큼 '명절 풍토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성묘·벌초 시 긴팔·긴바지·장갑·모자 착용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기 △야외활동 후 곧바로 샤워하고 옷 세탁하기 △애완견이나 가축도 진드기 예방제 사용하기 등을 기본 수칙으로 제시했다.

    ◆ 위기론 불지만 추석 연휴 의료공백 최소화

    트윈데믹과 계절성 감염병 경고는 곧 긴 명절 응급실 과밀화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는 연휴 동안 응급의료기관 413곳, 권역외상센터 17곳이 24시간 진료를 이어가며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병·의원 8800곳, 약국 7000곳이 문을 연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 응급의료포털 e-Gen ▲ 응급똑똑 앱 ▲129(보건복지상담센터) ▲119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 응급실 혼잡도까지 확인 가능하다.

    복지부는 "경증은 동네 병·의원을 우선 이용하고, 의식 저하·호흡곤란·흉통 등 중증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아 진료도 공백이 최소화된다. 소아과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구로, 성북) 친구클리닉은 연휴에도 24시간 가동되며 소아 환자를 진료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이안심톡' 서비스를 통해 24시간 소아전문의 화상 상담을 제공, 부모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있다.

    ◆ "연휴에도 현장은 멈추지 않는다"

    대한응급의학회는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 긴 연휴를 맞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체계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흔들려선 안 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러나 최근 왜곡된 정보나 지엽적인 문제의 과장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의료진들의 사기를 꺾고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주는 행위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정부가 발표한 '추석 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민들께서 편안하게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저희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실은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국민들께서도 경증은 가까운 병·의원을 이용해 주시고 중증 환자는 지체 없이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응급의료 현장은 연휴에도 멈추지 않는다.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