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충돌… 美 기업 '규제보복' 中, 오토톡스 인수 절차 문제 삼아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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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 당국이 미국 반도체 대기업 퀄컴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강화 발언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중국이 규제 카드를 앞세워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12일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퀄컴이 이스라엘 차량용 반도체 기업 오토톡스(Autotalk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AMR은 퀄컴이 인수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당국에 적절히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오토톡스는 차량 간(V2V), 차량-인프라 간(V2I) 통신 등 이른바 'V2X(Vehicle-to-Everything)'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인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퀄컴은 올해 6월 인수 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사후적으로 문제 삼으며 제동을 걸었다.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퀄컴의 시장지배력 문제를 빌미로 한 '정치적 견제'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산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고, AI 반도체 수출까지 제한하자 중국이 미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퀄컴과 중국 당국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퀄컴은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를 약 50조원에 인수하려 했으나 중국의 승인 지연으로 2018년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 당시 퀄컴은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때문에 인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최근 중국의 규제 공세는 반도체를 넘어 기술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SAMR은 앞서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반도체사 멜라녹스 인수 건도 재검토했으며 미국산 아날로그 반도체에 대해선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상무부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해 별도의 조사 절차를 착수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중국이 기술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한 맞대응'으로 평가한다. 미국이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첨단 장비 수출을 잇따라 제한하자, 중국은 자국 시장 내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과 사업활동에 행정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국제무대에서는 미·중 간 '기술 냉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동맹국 중심의 첨단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맞서 '자립형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