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日 잇는 네트워크로 APEC 준비 박차정치·경제 현안 직접 챙기며 재계 맏형 역할AI·HBM·에너지로 본원 경쟁력 회복 속도
  • ▲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재계를 대표하는 맏형 역할 뿐 아니라, 그룹 총수의 역할도 병행하며 전방위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그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 회의(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보름 앞으로 다가온 APEC CEO 서밋을 앞두고 주요 글로벌 리더들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등 막바지 점검에 한창이다. 

    지난 10~12일 중국을 방문해 정부 및 경제계 인사들에게 APEC CEO 서밋의 취지와 목표를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으며, 이에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OPEN) AI CEO 등 인공지능(AI) 산업 핵심 인사들을 직접 만나 참석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 회장 명의로 글로벌 빅테크에 송부된 초청장만 1000여장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APEC을 계기로 한국이 AI 기술·투자 협력의 중심지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 깔린 행보로 보여진다. APEC CEO 서밋의 좌장을 맡고있는 그는 지난 7월 ‘APEC 경제인 행사 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도 “경주 APEC CEO 서밋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현재 주요국 정상 및 글로벌 기업인들과의 별도 면담 일정을 조율하며 한국 경영계를 대표해 실질적 논의 의제를 준비 중이다. 특히 APEC 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SK그룹이 주최하는 공식 부대행사 ‘퓨처테크포럼 AI’를 직접 챙기며,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말을 앞두고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더욱 바빠지는 분위기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며 각종 현안을 챙기는 한편 그룹 내실 다지기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을 줄여주고자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여야 정계 인사들과 잇따라 간담회 등 회동을 갖고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금 사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의 개정안(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과 관련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한일 경제공동체를 언급하고, 지난달 25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국 경제설명회’에 동행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투자 환경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최 회장은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사업 구조 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반도체·에너지·첨단소재 등 주력 분야의 리밸런싱(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직접 챙기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SK이노베이션·SK E&S의 구조 개편,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그의 전략 기조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관련 투자를 강화하면서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숨 가쁜 행보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경제의 얼굴로, 그룹 안에서는 미래 비전 설계자로 분주한 한 해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11월에는 ‘SK AI 서밋 2025’, 그룹 ‘CEO 세미나’, 연말 ‘정기 인사’ 등 굵직한 일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SK그룹 내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이벤트다. 특히 통상 12월 초에 진행되던 정기 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길 것으로 알려지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APEC CEO 서밋을 중심으로 글로벌 리더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동시에 SK그룹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며 “글로벌 외교 무대와 그룹 내부 현안을 동시에 챙기는 이번 행보는 ‘경제인 리더십’의 표본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