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 투자' 대신 '대출·보증 포함' … 한미 공감대APEC서 발표 가능성 … 관세·안보 합의 담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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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500억달러(약 498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며 협상 타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던 관세 협상에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 1차 타결 이후 미국은 한국에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선불(up front)' 투자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과 외화 유출 우려를 이유로 직접 지분 투자(equity)는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대출(loans)과 보증(credit guarantees) 방식으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일시적인 대규모 달러 유출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약 4220억달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원화 가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단계적·점진적 분할 투자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투자금은 원화와 달러를 혼합해 조성하고, 수년에 걸쳐 한국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나눠 집행하는 방식이다.이에 대해 미국이 상당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이 직접투자와 대출·보증 비율 등 세부 사항에 합의하면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안보를 포괄하는 한미 공동선언문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 고위 협상단은 2박 4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회담을 진행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해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핵심 당국자들이 총출동했다.김용범 실장은 19일 귀국 직후 "이번 방미 협의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방미 전보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이 한두 가지가 있다"고도 했다.정부 대표단은 러트닉 장관 등과 회담을 통해 3500억달러 투자금 조성 방식에 대해 상당한 의견 진전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불 투자 대신 원화와 달러를 섞어 투자하되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할해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방안이다. 또 대출·보증을 포함한 분할 투자 방식에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에 3500억달러 전액 현금 일시 투자가 어렵다는 우리 쪽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의견 접근이 있었다"며 "우리 입장이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 측의 동의가 없었다면 협상은 결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투자 방식에 대한 입장이 좁혀지면서 통화스와프는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김 실장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열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세부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정부는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관세 협상이 타결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는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관세 합의 내용과 함께 한미동맹 현대화와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합의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당국자는 "현실적으로는 극적 타결도, 그렇다고 결렬도 아닌 상황 속에서 한미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전했다.대통령실에 따르면, 관세 협상에서 조율이 필요한 남은 한두 가지 쟁점은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내용'이라고 한다. 결국 남은 쟁점은 이달 말 경주 APEC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