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이달 20%대 급등‘에코프로 3형제’ 등 주요 종목 일제히 ‘불기둥’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ESS 수혜 기대감 반영“ESS 수혜 강도 제한적 … 미국 전기차 수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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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따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해소 기대감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성장 모멘텀이 맞물리며 연일 불기둥을 뿜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ESS 수혜 강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낮을 수 있는 데다 미국 전기차 수요도 둔화할 수 있어 추종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2724.04에서 3287.25로 20.68% 올랐다. 이는 코스피(11.39%)·코스닥(4.01%) 지수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KRX 반도체 Top 15(21.37%)’에 이은 상위 2위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장을 연출했다. ‘에코프로 3형제’ 중 에코프로는 이 기간 63.75% 급등해 오름폭이 가장 컸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도 각각 41.86%, 39.53% 올랐다. 이 밖에 ▲포스코퓨처엠(36.24%) ▲삼성SDI(27.07%) ▲LG화학(25.00%) ▲LG에너지솔루션(24.46%) ▲SK이노베이션(18.61%) ▲POSCO홀딩스(6.70%) ▲SKC(6.23%) 등도 동반 상승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이달 들어 전체 1029개 ETF 가운데, 수익률 기준 상위 15개 종목 중 9개가 2차전지 섹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54.92%나 폭등하며 전체 1위를 기록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44.13%)’ ▲TIGER 2차전지소재Fn(34.92%)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34.39%) ▲BNK자산운용 ‘BNK 2차전지양극재(32.47%) ▲신한자산운용 ’SOL 2차전지소부장Fn(29.58%)’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K-2차전지북미공급망(29.24%)’ 등도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9월 글로벌 EV(BEV+P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약 210만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210만 대를 기록,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며 “2차전지 업종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호조로 인한 캐즘 우려 완화와 공급망 기대감 강화에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투자가 확대하면서 전력 인프라 역할을 하는 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차전지주에 힘을 실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전기차 부문은 미국의 보조금 폐지와 유럽에서의 점유율 하락으로 부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매출의 15% 차지하는 ESS 부문은 AI 기반 에너지 수요 증가·미국의 대중국 관세율 인상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수혜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ESS 2위 사업자인 플루언스 에너지의 CEO(최고경영자)는 데이터센터발 강력한 수요로 향후 주문의 절반이 미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미국 내 AI 수요가 위축되지 않는 한 ESS 전망치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의 ESS향 판매를 ▲2025년11GWh ▲2026년 24GWh ▲2027년 35GWh, 삼성SDI의 ESS향 판매를 ▲2025년 11GWh ▲2026년 18GWh ▲2027년 26GWh로 고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이마저도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ESS의 성장 기조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차전지주 주가 상승세의 지속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ESS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SS 성장 기대에 비해 양극재 업체들의 직접적인 수혜 강도는 다소 제한적”이라며 “내년 미국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아직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양극재만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민우 연구원은 “ESS의 고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낮은 판매 비중을 감안하면 전체 실적은 전기차 판매 실적에 따라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주요 업체들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하반기 들어서 꾸준히 하향되고 있으며 과거 2차전지 주가는 영업이익 전망치에 동행해왔기 때문에 실제 미국 전기차 판매 둔화가 확인되면 실적과 주가에 대한 눈높이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