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턴제 RPG에 서브컬처와 다크 세계관 더해 타 게임과 차별화덱 빌딩과 다양성 추구, 로그라이크 요소로 몰입감 극대화높은 퀄리티 만큼이나 시스템 복잡, 호불호 분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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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소위 ‘아재’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에게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느릿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리뷰해봤다. <편집자 주>

    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이면 웬만한 장르는 대부분 해보기 마련이다. RPG와 턴제 방식, 수집형 서브컬처와 로그라이크는 하나씩 각각 다른 게임으로 겪어봤을 법하다. 스마일게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는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한 데 모아 세상에 없던 게임을 만들어내면서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양한 수식어로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카제나 게임성의 본질은 카드를 이용한 ‘전략적 턴제 RPG’라는 점에 있다. 블리자드 ‘하스스톤’을 비롯해 턴제 카드 게임을 즐겨한 유저라면 좋아할만한 구성이다. 물론 카드게임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이 시점부터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카드 게임의 재미는 우연성과 의도한 드로우가 나왔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에 있다. 광역기가 필요한데 적시에 나와줬을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서 상대방에게 딜이 한꺼번에 들어갈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핵심이다. 확률에 기대면서도 드로우나 코스트를 고려한 최적화된 덱을 맞춰 노림수를 가지는 것이 덱빌딩의 즐거움이다.

    카제나는 카드 게임이 선사하는 쾌감을 충분히 보여줬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자 핸드에 있는 카드 코스트가 모두 0으로 바뀌기도 했고, 겉보기에 ‘적이 너무 강한데 어떻게 이길 수 있지?’ 생각이 들 때 행운의 드로우가 들어오면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상황도 종종 연출됐다. 덱 빌딩을 치밀하게 짜놓지 않은 저레벨 단계인데도 말이다.

    다만 덱을 완성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게임 내 콘텐츠의 핵심인 ‘카오스’라는 시스템은 로그라이크로서, 덱에 필요한 카드를 발견하고 수집하는 장소다. 로그라이크 특성상 중간에 다양한 이벤트와 함정을 마주치며, 클리어하지 못하면 수집한 데이터는 대부분 상실되는 구조다.

    훌륭한 게임성 만큼이나 돋보이는 부분은 서브컬처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어두운 세계관과 호러적인 요소들이다. 게임 속 캐릭터인 ‘요원’들은 각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고, 게임 내에서 피격 시 스트레스 지수가 쌓여 그로기 상태인 ‘붕괴’ 상태에 빠지는 컷신을 연출한다. 정신붕괴로 트라우마에 빠진 요원들은 에피오네 센터에서 심리상담을 거쳐 전장에 복귀하게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높은 퀄리티와 게임성 만큼이나 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하다. 취약과 사기, 천상과 물결, 주도와 고통 등 요원들 고유의 스킬 효과와 발동 특성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각 카드별로 설명도 잘 나와있지만, 이해는 되더라도 습득하기 어려워 커뮤니티에서 추천 덱 빌딩을 가져다가 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하지만 카제나의 핵심은 카드를 확정적으로 수급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카오스에서 획득한 세이브 데이터는 우연성 요소가 강해 반드시 원하는 카드와 조건의 특성을 얻게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다음 단계에 올라서기 위해 다양한 덱 빌딩을 시도하고 조합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만 요원들의 트라우마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볼 수 있는 이벤트 콘텐츠 ‘트라우마 코드’를 통해 일부 덱빌딩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벤트 전투에서는 최적의 효율을 위해 요원들의 카드를 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해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다. 현재는 요원 ‘하루’를 중심으로 캐릭터와 카드 조합 예시를 확인 가능하다.

    다만 트라우마 코드에서는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배틀필드1’에서 보여준 오프닝 튜토리얼 연출처럼 플레이어에게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여겨졌다. 어두운 세계관과 요원들의 트라우마를 소재로 하는 만큼 게이머에게 동질감과 몰입감을 부여하는 식이다.

    BM은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인게임에서 획득한 재화로 수집형 RPG에서 중요한 캐릭터 뽑기를 할 수 있고, 재화 획득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와 비슷한 정도 수준으로 느껴졌다.

    카제나는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게임일 수도 있다. 턴제 카드와 로그라이크를 섞은 게임성에 서브컬처물 특성상 중2병스러운 대사나 연출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만족스럽다면 당분간은 게임 로딩화면에서 나오는 문구처럼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계속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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