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SK플래닛 품 안으로 … OK캐쉬백 결합해 재도약 시동지마켓, 알리바바와 7000억 투자 … 글로벌 셀러 생태계 강화컬리, 네이버와 손잡고 외부 플랫폼 첫 입점 … 유통 채널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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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이 성장을 지나 생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쿠팡 독주체제가 굳어지면서 후발주자들은 독자 생존 대신 협력과 재편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 ▲ ⓒ11번가
30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지분 100%를 SK플래닛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했다. 총 매매대금은 SK스퀘어 보유분 3810억원,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 지분 863억원을 합친 4673억원 규모다. SK플래닛은 이를 연내 나일홀딩스에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로 11번가는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 체계에 편입됐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11번가는 수년전무터 인수자 물색에 나섰으나 뚜렷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실적 악화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나서기도 했다.
11번가는 이번 계기로 마일리지·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OK캐쉬백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250만명, 연간 포인트 거래액은 약 4000억원 규모다.
SK플래닛은 11번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OK캐쉬백 적립 및 사용처를 대폭 확대하며 11번가는 안정적 사업 구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양사는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기술 역량을 통합해 맞춤형 상품 추천이 가능한 AI 기반 맥락 커머스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세대 이커머스 기업 지마켓은 글로벌 플랫폼 알리바바와 손잡고 내년 7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셀러 지원과 글로벌 판매망 확장을 추진하며 5년 내 거래액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마켓은 판매자 판촉 지원과 마케팅에만 연간 5000억원을 투입하고 4대 행사에 1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집행한다. 알리바바의 AI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인 상품 추천과 광고 집행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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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지마켓 대표 ⓒ정상윤 기자
컬리 역시 네이버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론칭했다. 창립 이후 자체 앱 중심 전략을 고수해온 컬리가 외부 플랫폼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순한 채널 확장이 아닌 물류 효율화와 O2O(Online to Offline)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컬리는 프리미엄·PB(자체 브랜드) 상품을 비롯해 신선식품, 생필품 등 컬리N마트 입점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속에 적자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쿠팡은 올해 상반기 매출 23조46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분기 최대 매출을 두 번 연속 경신했다.
반면 지마켓은 올해 상반기 4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58억원 확대됐다. 11번가 역시 상반기 매출이 2242억원으로 26.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99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컬리는 수년간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고 상반기 기준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조1595억원, 영업이익은 31억원을 기록했다.
이커머스업계의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산업 전반의 성장세도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89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가율만 살펴보면 2021년 20.2%에서 2023년 8.3%, 지난해 5.8%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과거처럼 거래액만으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결국 업체들은 단기 매출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와 구조 효율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