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호조에도 반도체 빼면 하락세한은 “반도체 부침 시 경제 전체 파장”관세협상 세부합의에도 불확실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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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 여파 등 둔화 우려에도 10월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품목 수출은 부진하면서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2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 10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59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0월 중 최대치다. 추석 앞뒤 연휴에 따라 조업일이 적어진 영향으로 10월 일평균 수출액은 29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 수출 영향이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대비 25.4% 증가한 157억 달러를 나타냈다.

    그러나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이 증가한 것은 선박과 석유제품, 컴퓨터에 그쳤다. 자동차(-10.5%)와 자동차 부품(-18.9%), 철강(-21.5%)과 일반기계(-16.1%) 등 미국 정부 관세 영향을 크게 받거나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큰 산업 연관 품목은 수출이 감소했다.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10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의존도는 약 26%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2%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지만, 반도체 경기가 한국의 수출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더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최근 수출 및 경상수지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수출이 그간 미국 관세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완충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향후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예전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10월 대미 수출은 16.2% 감소한 87억1000만 달러로, 2023년 1월 이후 3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세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다. 또한 50% 철강 관세는 조정 대상이 아니며, 미국은 반도체와 의약품 등 주요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수출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책 초점을 단기 부양책이 아니라 연구·개발(R&D), 인적자원, 신산업 전환 등 생산성 기반의 경기 부양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