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됐지만 10년간 2000억달러 '족쇄'年 200억달러 상한선 설정에도 … 투자금 회수 우려 여전투자 프로젝트 美가 최종 결정 … 美 상무장관이 위원장韓 참여 형식에 그칠 수도 … "문서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뉴시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향후 10년간 총 2000억달러(약 286조원)를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간 상한선 설정 등 일부 충격 완화 장치가 존재하지만, 현금 투자금의 사용처가 사실상 미국 주도로 결정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정부가 미국과 문서화를 위한 추가 논의 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상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달 29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앞서 한미는 총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액 가운데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투자한다. 조선 분야 1500억달러 투자는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한 대출 보증 등으로 충당한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로 유지되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일본과 같은 수준인 15%로 인하된다.

    미국은 그동안 3500억달러의 투자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요구했고,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연간 150억달러 이상은 부담스럽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투자액 상한선을 200억달러로 설정하면서 외환 시장 충격은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200억달러 조달은 우리 외환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기본적으로 우리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다. 우선 투자 프로젝트 선정은 미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주도하게 된다. 한국 산업부 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호 협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기로 되어 있다면서도, 20년 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고 강조했다.

    원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인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인데, 이는 양국 간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고 아직 문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원금 회수 이후에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

    아울러 한국 측 협의위원회가 형식적인 기구에 그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측이 투자 의견은 제시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 권한은 미국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투자 심의와 집행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문서화 등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한·미 FTA 투자 조항은 정부 자금 투자에도 적용된다"며 "차제에 2000억달러에 대해 한·미 FTA 투자 챕터 적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여러 보호 장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체 대미 투자금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분 57%를 갖는 대주주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주주인 한국이 투자심사에 참여를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