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연일 불장이지만 … 반도체·조방원·대형·수출주만 잘 나가 소형·내수주는 울상 … 코스피, 코스닥간 격차도 역대 최대 대형주 온기 증시 전반에 안 퍼져, 부의 효과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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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42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다수 개인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수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반도체 대형주에만 집중되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수는 오르는데 내 주식만 떨어진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75.9% 상승하며 '사천피' 시대를 열었다. 코스피 달러 환산 지수도 올해 들어 전날까지 81.7% 올랐다.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온기는 특정 업종에만 집중됐다. 10월 2일부터 11월 3일까지 한달간 RX 업종별 지수 등락률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러한 양극화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사실상 반도체 업종이 주도하는 'KRX 300 정보기술' 지수는 이 기간 무려 37.56% 폭등했다. 'KRX 정보기술' 지수 역시 36.00% 급등했으며, 수출주 중심의 'KRX 기계장비'(33.29%)와 'KRX 300 산업재'(22.76%)도 나란히 급등하며 강세장을 이끌었다.반면 내수 및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지수들은 처참한 성적을 보였다.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2.98% 하락했으며, 'KRX 방송통신'(-3.32%), 'KRX 보험'(-3.93%), 'KRX 필수소비재'(-2.71%) 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이들 업종 투자자들은 사실상 하락장을 경험한 셈이다.이러한 '쏠림 현상'은 코스피 시장 전체가 반도체와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수출 대형주에 의해 끌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3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코스피 전체의 31.89%에 달하며 역대 최대 비중을 기록했다. 3분기 호실적과 엔비디아 협력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109%, 257% 폭등했다.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간의 격차도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3일 기준 코스피를 코스닥 지수로 나눈 상대강도는 4.62배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간 코스피가 56.5% 폭등하는 동안 코스닥은 24.5% 상승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약 3475조원)과 코스닥(약 478조원)의 시가총액 격차는 7.27배까지 벌어졌다.문제는 증시 급등의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대형주 랠리 이후 중소형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 시장은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증시 급등으로 인한 '부 효과'도 실종된 상태다.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져 실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자산 증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실제 '부의 효과'가 미미한 현상은 최근 소비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최근 농협은행 NH트렌드+가 발표한 '트리토노믹스 일상 속 작은 사치' 보고서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총저축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 증가해 타 연령대보다 2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총저축액 중 적금 비중이 47.2%에 달했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인데도 안전한 예금으로 돈을 굴리고 있는 것이다.또 NH농협카드의 소비금액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에 물가상승률(2.3%)보다 낮은 2.2%를 기록해 실질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자금이 반도체 등 일부 대형주와 수출주로 쏠린 데다 개인들은 대부분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 사천피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