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완화 유지하되, 방향 전환은 데이터 따라” … 시장선 매파 전환 해석10년물 국채금리 3.3%대 진입 … 환율도 장중 1470원 터치“내년 성장률 상향 가능” … 완화 지속 명분 약화 신호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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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방향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존의 완화적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적(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하며 채권금리가 급등했다.12일 이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 공식적인 입장은 통화 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 혹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하 기조 유지"를 강조해온 기존 스탠스와 달리,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이 발언 직후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3.300%로 급등하며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3.3%대를 돌파했다. 3년물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23틱 하락한 105.85, 10년물은 59틱 급락한 114.41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1만 3000 계약을 순매도하며 단기물에서 이탈 움직임을 보였다.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도 "0.9%로 잠재성장률(1.8~2.0%)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내년 성장률은 1.6%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27일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에서 전망치가 높아질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또한 이 총재는 "환율에는 너무 많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는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 정부 셧다운 우려, 달러 강세, 일본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미·중 무역 긴장, 한·미 투자 협력 패키지 등이 복합적으로 원화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70원까지 치솟았으며, 종가는 전일 대비 2.4원 오른 1465.7원에 마감했다.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신호를 쉽게 내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 압박 속에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나친 완화는 외환 불안과 물가 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높다.이 총재의 인터뷰가 공개된 뒤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한은 부공보관은 "총재가 금리인하 사이클이라는 점을 명시했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며 "이는 시장의 잘못된 해석에 기인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국고채 금리 급등이 과도해 예의 주시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장 마감 후에는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가 "이 총재 발언이 통화정책 선회나 금리 인상을 검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그러나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매파 해석이 확산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한 시중은행 채권전문가는 "한은이 '데이터 기반 접근'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인하 속도 조절 신호"라며 "시장 금리는 단기적으로 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