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前 사장 7월 사임 후 공백 지속주요 방산업체 중 유일하게 실적 하락경영개선위원회 운영으로 위기극복 모색노조 "현재 무정부 상태, 빨리 선임돼야"
  • ▲ KAI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ADEX 2025에서 KAI 부스 모습. ⓒ뉴데일리DB
    ▲ KAI에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ADEX 2025에서 KAI 부스 모습. ⓒ뉴데일리DB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대표 공백부터 수주전 연패, 실적 부진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KAI는 최근 경영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킨 가운데 신임 대표 선임이 절실한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강구영 전(前) 사장이 지난 7월 1일 사임한 후 KAI는 신임 대표 선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 135일째 리더십 공백이 생기면서 실적 부진, 수주전 연패 등 악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KAI는 올해 3분기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6%, 21.1%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 중 유일하게 3분기 역성장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매출 6조4865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6.5%, 79,5% 급등한 수치다. 현대로템도 3분기 매출 1조6196억원 영업이익 2777억원으로 48.1%, 102.1%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모두 3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KAI는 ▲육군 UH-60 성능개량 사업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항공통제기 2차 사업 등의 수주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선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KAI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올해 초 강 전 사장에 대한 배임 의혹을 언급했으며, 강 전 사장은 정권이 바뀌자 임기를 3개월 가량 남겨두고 조기 사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 갑질 논란으로 수사를 받는 일까지 겹치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임 대표 선임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고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KAI는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9월 30일부터 경영개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은 올해 하반기 성과급을 반납하고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KAI는 이달 3일 사내 공지를 통해 “최근 연이은 사업 수주를 하지 못하면서 미래 먹거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면서 “기존 사업도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 ▲ 다만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데일리DB
    ▲ 다만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데일리DB
    KAI 노동조합은 현재 상황을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비유하면서 공석 상태가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노조는 “경영, 수출, 기술개발, 노사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졍이 멈춰 섰다”면서 “해외 파트너 신뢰 저하, 신규 계약 지연, 기술 인허가 차질 등 직접적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AI에 필요한 것은 정치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 체제”라고 덧붙였다. 

    KAI가 정권 교체 시기마다 정치적인 외풍(外風)으로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만큼 노조는 또 외풍을 초래할 정치형 인사, 정권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의 조속한 결단이 없다면 상경 투쟁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KAI의 차기 대표 선임은 현재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사후보자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 선임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수출입은행 차기 행장이 선임되면서 KAI 차기 대표 선정에 큰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AI 대표 인선은 관행적으로 수은 행장 인선 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특검이 끝나야 차기 대표 인선이 진행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도 “수은 행장 선임으로 빠르면 연내 대표 공백이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도 일부 존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더십 문제가 해결되면 KAI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KAI의 분기 실적이 빈번하게 컨센서스를 하회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증가하고 있어 곧 성장 궤도에 들어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