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기술·방산 협력 복원 … 한 기업 투자 재개에 금융수요 급증신한 '리테일', 하나 '인프라', KB '공급망 금융', 우리 'JV' 전략 분화NIFTY 지수 최고치 접근, 대기업 여신 경쟁도 속도채널 강화 등 차별화된 접근 필요 … 현지화 능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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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인도의 통상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도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정부의 인프라·방산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될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가열되는 모양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규모 내수시장이다. GDP 성장률은 7%대에 근접하고, 제조업 육성·물류 인프라 확충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인도가 최근 10년 단위 방위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고, 관세 협상도 급물살을 타면서 외국계 금융의 기업대출 수요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 불확실성 완화 조짐에 따라 인도 대표 지수인 NIFTY50이 2만 6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관세율이 기존 최고 50%에서 절반 가까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은 대기업의 현지 투자 재검토로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 트렌드에 맞춰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가 공장 증설 및 R&D 확대 전략을 잇달아 추진하자, 국내 은행의 기업여신 수요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인도 NIFTY50 지수가 연일 최고치 부근을 기록하자 외국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인도에 자리 잡은 국내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이 6개 지점으로 가장 적극적이다. 뉴델리·뭄바이·벵갈루루 등 핵심 거점에 배치한 데 이어, 현지 비은행금융사(NBFC) 인수를 통해 리테일 금융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단순 대기업 금융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고객 기반 형성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이다.

    하나은행도 첨단산업과 인프라 중심의 거점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첸나이·구루그람에 이어 뭄바이, 데바나할리 개점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인도 2위 은행 ICICI와 협력을 통해 방산·물류 프로젝트 금융을 확대한다. 모디 정부가 '인프라 대전'을 선언한 만큼 이에 발맞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제조업 공급망 금융에서 강세를 보인다. 첸나이·푸네·구루그람 등 삼성·현대차·LG 진출지역을 따라 지점을 운영하며 LG전자의 현지 IPO 준비 과정에서도 자금 파이프라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ESG 무역금융까지 확대해 기업금융 전문은행 위상을 굳힌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은 첸나이·뭄바이·푸네 등 5개 지점을 운영하며, 현지 대기업과의 합작법인(JV)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파트너십 기반 성장을 통해 현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금융권은 이번 관세 해빙 기조가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방산·물류·조선 등에서 미·인도 간 공급망 재편이 속도감을 띠면, 은행권의 여신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은 ▲인프라 금융 ▲기업 대출 ▲환율·금리 헤지 솔루션 ▲수출입금융 등의 수요 증가를 노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전 세계 공급망이 인도 중심으로 재편되며 현지 진출 한국 기업뿐 아니라 인도 대기업 대상 금융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선제적으로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인도는 법적·규제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지방 정부 간 정책 차이가 커 리스크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경고다. 현지 금융사 인수, 디지털 채널 강화, ESG 금융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