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산화 속도 상승 … 장비 시장도 확대 조짐레거시 중심 내재화 한계 … 첨단 공정 경쟁력 유지기술 유출 리스크 상존 … 정부, 소부장 강화 총력
  • ▲ 반도체 클린룸ⓒ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삼성전자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며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국산화가 주로 레거시(구형) 공정에 집중되고 있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 공정에서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의 내재화율은 약 21% 수준으로 나우라·AMEC 등 현지 장비 업체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빅펀드' 지원 아래 YMTC·CXMT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국산 장비 도입을 늘리며 생산 라인 확충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율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50%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투자와 기술 개발을 자극하며 추격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빠르게 국산화하고 있는 영역은 28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이 중심이다. 미세공정 노광·식각·세정·패키징 등 첨단 장비 분야는 여전히 기술 격차가 커 중국 업체의 대응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틈에서 국내 장비사의 중국향 수요가 늘어나는 조짐도 나타난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일부 중국 기업에 TC본더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TC본더는 HBM 적층 과정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로, HBM 수요 확대와 함께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세메스 역시 트랙·세정 등 일본 장비사가 강세였던 영역에서 국산화 성과를 기반으로 중국 진입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정부 역시 기술 자립과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2차 소부장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고부가 제품·탄소중립·핵심광물 등 4대 도전 기술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당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15대 슈퍼 을'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 대비 19% 늘어난 35조3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삼성전자와 LG 역시 각각 450조원,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며 소부장·생산기술 기반 확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만 중국 시장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경계론도 여전하다. 중국 장비 국산화율이 높아질수록 기술 유출 위험과 경쟁 심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메스의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일당이 구속 기소되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부장 내재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우리 기업에도 분명 기회가 있다"며 "기술 유출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경쟁력을 더 빠르게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