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인버터 급증 … 에너지 안보 우려 국제적 이슈정부·한화·HD현대·OCI파워 등 국산 인버터 활용 한 뜻中과 벌어진 기술격차 해소·R&D 지원 필요성 제기
  • ▲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한화
    ▲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한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태양광 생태계가 붕괴했다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와 국내 태양광 업계가 국산 태양광 인버터 사용 확대에 나선다.

    태양광 인버터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핵심 장비로,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직류(DC) 전력을 전력망에 맞는 교류(AC) 전력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의 해킹 우려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국에서도 인버터 국산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OCI파워는 다음 달 국내 중소 인버터 7개 업체와 구성된 '태양광 인버터 산업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국산화를 위한 위탁생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태양광 인버터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태양광업계가 연 간담회가 인버터 협의체 출범의 발판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정책 추진을 위해 지난달 출범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중국에 장악된 국내 태양광 생태계를 다시 국산화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OCI파워 등 태양광 업체들이 정부와 함께 태양광 인버터 국산화를 우선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OCI파워는 인버터 국산화에 적극 동참한다. 이 회사는 센트럴 인버터와 스트링 인버터 등을 생산하는 인버터 기업이다. 주력 사업인 센트럴 인버터는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스트링 인버터의 경우 자체 생산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외 중국 등 외국산 제품을 약 60% 비중으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태양광 스트링 인버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OCI파워는 외국산 수입 비중을 중소 인버터 기업을 대상으로 OEM 확대를 통해 내년 10% 이상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100% 국산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전까지 국내 인버터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며 "국내 인버터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첫 발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인버터 협의체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한화큐셀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태양광 기업들도 그동안 중국산 인버터를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국산 인버터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다만 업계는 단계적 국산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이 화웨이 등 중국 인버터 기업들의 기술력에 뒤처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한국 태양광 생태계가 무너진 탓이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 인버터 기업들 R&D 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는 중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코트라가 7월 발간한 '중국 태양광 인버터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를 전년 대비 17.4% 증가한 1억 2528만 달러 어치 수입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수입 상위 10개국 가운데 수입액이 증가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위 수입국인 독일은 12% 감소했고, 미국과 일본도 각각 7.4%, 18.5% 줄었다.

    최근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에너지부는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에서 해킹 의심 사례가 파악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킬 스위치' 논란이 불거졌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산 인버터가 국내에 많이 보급되면서, 인버터 안에 통신 장치를 넣어서 중국에서 데이터를 열람하거나, 인버터를 셧다운시키는 등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부도 외산, 특히 중국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고 이런 기조와 맞물려 국산화 비율을 높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