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HKC 제소 불똥, LG전자 등 세트업체로 확산NPE, 제조사에 고객사까지 소송 범위 넓혀 압박 강화국내 기업도 간접 조사·대응 부담 커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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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24일(현지시간) BH이노베이션스 등 3개사가 관세법 337조 위반 혐의로 TCL·하이센스·LG전자 등을 제소한 특허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USITC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중국 HKC의 LCD 구조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싼 관세법 337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해당 패널을 사용하는 LG전자 등 글로벌 세트업체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허관리업체(NPE)가 분쟁의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패널업체와 함께 주요 고객사까지 소송 범위에 올리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국산 패널 비중이 높은 국내 TV 제조사들에도 행정·법률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24일(현지시간) BH이노베이션스(BH Innovations LLC) 등 3개사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장을 검토한 뒤 관세법 337조에 따른 정식 조사 절차(337-TA-1462)를 개시했다.앞서 BH이노베이션스는 지난 8월 29일 HKC 등 중국 패널업체가 LCD 구조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USITC에 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제소측은 BH이노베이션스 한 곳이었지만 9월 아일랜드 소재의 롱거튜드 라이선싱, 138 이스트 LCD 어드밴스먼트가 추가 제소인으로 참여했다.제소인 측은 LCD 장치와 부품, 이를 포함한 제품의 미국 수입·판매가 특허를 침해해 337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특정 기업 제품의 미국 수입을 막는 조치(제한적 수입배제)와 미국 내 판매 등을 중단시키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관세법 제337조는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권 침해 제품에 대해 ITC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미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활용된다.이번 분쟁의 직접 제소 대상은 HKC지만, HKC 패널을 납품받아 사용하는 글로벌 세트업체들도 함께 조사 명단에 올랐다. 중국 하이센스·TCL은 물론 LG전자와 LG전자 미국법인, 월마트의 비지오 등이 포함됐다.ITC는 조사 착수 후 45일 이내에 전체 절차의 종료 목표일을 정한다. 통상 12~16개월의 조사 기간이 적용되는 만큼, 최종 판정은 2027년 상반기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종 판정 이후 미 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60일 내 조치가 발효된다.특허 소송을 제기한 BH이노베이션스 등 3개 청구인은 보유하거나 위탁받은 특허를 매입·관리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관리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3사는 HKC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 고객사인 LG전자와 비지오 등을 분쟁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세트 제조사까지 소송 범위를 넓히면, 해당 업체들이 안정적 제품 판매를 위해 공급사에 문제를 제기하게 돼 HKC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소송 대상이 된 LCD 구조는 LG전자와 공동 피소 기업들이 판매하는 주요 TV 제품군에 폭넓게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이는 대형 LCD 패널 공급망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국·일본 패널업체들이 LCD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BOE·CSOT·HKC 등 중국 업체가 글로벌 LCD 패널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특정 패널업체가 NPE와의 분쟁에 휘말릴 경우 해당 패널을 사용하는 세트업체 다수가 자동으로 영향권에 포함되는 식이다.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일부 LCD TV에 HKC 패널이 사용되고 있어 일정 수준의 행정·법률 대응은 불가피하다.ITC 제소는 일반적인 민사 소송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수입 금지라는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한 만큼, LCD 패널을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TV 제조사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향후 BH이노베이션스가 같은 특허를 기반으로 한 민사소송을 병행하거나, ITC의 예비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다수의 NPE 기업들은 ITC 제소와 별도로 연방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최근 국내기업들을 상대로 한 NPE 소송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NPE가 한국 기업을 공격하는 특허소송은 지난해에만 78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70건 내외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유니파이드페이턴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에서만 24건의 특허소송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19건이 NPE 제소로 나타났다.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와 방어 전략을 더욱 폭넓게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침해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의 대응 비용과 시간이 크게 증가하는 소송이 잦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