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변화' 뒤집은 파격 인사 … 가전 DNA 전사 확산의 분기점생활가전 글로벌 1등 이끈 류재철, 기술 중심 경영으로 전환 주도전장·HVAC 수장 승진 … 신사업 성장 축 재편하며 속도전 본격화
  • ▲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사장 ⓒLG전자
    ▲ 류재철 LG전자 신임 CEO 사장 ⓒLG전자
    LG전자가 그동안 '조용한 변화'를 추구하던 경영 스타일을 과감히 뒤집고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새 수장은 결국 생활가전에서 LG전자를 글로벌 1위 브랜드로 굳힌 '믿을맨' 류재철 사장이다. LG전자는 가전에서 축적한 본원적 경쟁력을 전사로 확산해 불확실성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류 신임 CEO를 통해 분명히 한 셈이다.

    ◇ 생활가전 경쟁력을 전사로 확산 … 류재철 사장, LG전자 경영 전면에

    신임 CEO 류재철 사장은 30여 년간 LG전자의 생활가전 연구·개발 현장에서 경쟁력을 다져온 '기술형 리더'다. 그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대표 제품군의 성능과 품질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LG전자의 1위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군의 확장을 이끌었고 제품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업(UP)가전'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 경험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경영 DNA는 단순한 제품 전략을 넘어 LG전자가 앞으로 어떤 사업철학을 중심에 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내부적으로 류 신임 CEO는 가전에서 만들어낸 본원적 경쟁력과 실행력을 전사로 확산할 최적의 인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다시 기술 중심, 제품 중심의 경영 전략을 강화하려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핵심은 조주완 사장의 퇴진이다. 지난 4년 동안 LG전자 CEO를 맡아온 조 사장은 B2B·서비스·플랫폼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을 강화하며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렬한 인물이다.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의 기회 확대, 인도 법인의 IPO 성사 등 해외 현지화 전략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하드웨어 중심의 체질을 벗어나려는 시도였던 동시에 LG전자가 안정적인 중장기 기반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조 사장의 용퇴는 세대교체 흐름에 자연스럽게 맞춰진 결정이라는 해석과 함께 LG전자가 이제 체질 개선의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이동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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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 조용한 변화에서 공격적 전환으로 … LG전자의 다음 행보는?

    이번 CEO 교체는 LG전자가 앞으로 펼칠 전략적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LG전자는 외형 확대보다는 조용한 체질 개선과 안정적 사업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전장·HVAC·서비스 플랫폼 등 신사업의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글로벌 경쟁이 급격히 심해지면서 조직 전반에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에서 입증된 LG전자의 본원 경쟁력을 전사 사업에 이식하는 것이 향후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류 신임 CEO는 기술·품질 중심의 경영 경험을 기반으로 전장·B2B·HVAC 등 다양한 사업군을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 전장·HVAC 수장 승진 …  신사업 전면 배치로 전략 강화
     
    류재철 신임 CEO 선임으로 상징되는 전략 변화와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전장 및 냉난방공조 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들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조직 변화에 무게감을 더했다.

    전장(VS)사업본부의 은석현 본부장은 신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은 사장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중심 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 확대와 수익성 회복을 이끌어내며 VS사업을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조직 구조 효율화를 통해 사업 체질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승진자인 이재성 ES사업본부장은 냉난방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워온 주역이다. 고효율 제품 강화, 산업용 냉난방 솔루션 확대, 유지보수·서비스 사업의 구조화 등으로 ES사업의 전반적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가 HVAC를 향후 '가전 다음의 차세대 캐시카우'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재성 사장의 승진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향후 2~3년간 LG전자의 구조 변화를 좌우할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더 이상 조용한 변화를 지향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읽힌다"며 "가전 1등 DNA를 성장동력 전반에 확산시키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