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2공장 스마트팩토리, 20년 데이터와 전통 양조의 결합증미·발효·증류·숙성 전 과정 자동화‘한국 양주의 표준’ 실험실
  • ▲ 숙성 공정ⓒ화요
    ▲ 숙성 공정ⓒ화요
    1일 오전,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국도를 벗어나 논지대를 따라가자 회색빛의 반듯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말 기존 1공장 부지 내에 완공된 화요 여주 2공장이다. 연면적 7000㎡,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이 공장은 20년 동안 축적되어 있던 기존 1공장에서 얻었던 여러 빅데이터를 통해서 AI 활용을 하기 위해 설계했다. 증미·제국공정, 발효 공정, 증류 공정, 숙성 공정 등 제조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디지털화된 스마트팩토리다.

    박준성 화요 생산본부장은 “2공장은 20년 동안 1공장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활용을 극대화해 설계한 곳”이라며 “전통과 기술이 공존하는 양조 시스템을 기자들이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 발효공정ⓒ화요
    ▲ 발효공정ⓒ화요
    ◇ 쌀 짓는 냄새로 만나는 3층 … 첫 공정 ‘증미·제국’

    제조 라인을 확인하기 위해 3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구수한 고두밥 향이 공기에 실려 퍼졌다. 첫 공정은 증미·제국. 우리쌀 100%와 여주 지하 150m 암반수를 섞어 쌀을 찌고, 일부 고두밥에는 순수 배양한 미생물을 접종해 쌀누룩을 만든다. 화요의 첫 맛이 결정되는 단계다.

    이렇게 제조한 고두밥과 쌀누룩은 발효탱크로 이동해 막걸리와 유사한 형태의 발효 술덧으로 변한다. 화요는 1차와 2차, 두 단계의 발효를 거치며 약 3주 동안 술덧을 숙성·발효한다. 이 시기 알코올 도수는 18~20%대까지 도달한다. 자연 원료가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다.

    발효를 마친 술덧은 곧바로 증류기로 옮겨진다. 화요가 선택한 방식은 ‘감압증류’. 발효액을 가열하면서 동시에 진공펌프를 가동해 증류기 내부를 감압시키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물의 끓는점은 약 80℃로 내려가고, 알코올과 향 성분은 40℃ 안팎의 낮은 온도에서 증발한다. 탄맛과 쓴맛을 최소화하고 부드러운 원액만을 얻기 위한 선택이다.
  • ▲ 제품 병입 공정ⓒ화요
    ▲ 제품 병입 공정ⓒ화요
    ◇ 260개의 숙성조가 채우는 깊이 … “좋은 술은 시간이 만든다”

    증류를 마친 화요 원액은 제품 특성에 맞춰 도수와 풍미를 조정한 뒤 숙성으로 향한다. 2공장에는 260개의 숙성조가 마련돼 있으며, 1공장에는 이보다 많은 숙성조가 운영되고 있다. 숙성을 마친 원액은 병입 라인을 거쳐 패키징 검사 후 출하창고로 보내진다.

    장관호 화요 양조팀장은 “화요 한 병이 완성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린다”며 “우리는 공산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쌀·효모 등 자연 원료가 발효와 숙성을 거쳐 스스로 빚어내는 시간을 존중하는 양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화요 원액을 활용한 하이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전통 양조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생산본부장은 "조만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AI 발효 신제품 등을 연구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 출하창고ⓒ화요
    ▲ 출하창고ⓒ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