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구조 형성해 주총서 의결권 제한YPC 설립해 해소 시도했지만 무위에 그쳐공정위 판단 관건 … 이사회 주도권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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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철·제련 산업의 맏형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1년을 넘기며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선언으로 본격화한 갈등은 수조원대 자금 소모와 20여 건의 소송, 기업가치 훼손 등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전략 광물 공급망을 책임지는 국내 유일의 제련기업이 흔들리면서 국가 경제와 안보 리스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3라운드’가 예고된 가운데, 본지는 총 6편을 통해 75년 동업의 균열부터 향후 관전 포인트까지 분쟁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 3월 28일 서울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총이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주식 공개매수전 이후에도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다툼은 멈추지 않았다. 지분 확보 경쟁이 '1라운드'였다면, 올해 임시·정기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의결권 공방은 '2라운드'였다. 1라운드에선 승자 없이 끝났지만 2라운드에선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전략을 활용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영풍·MBK 연합은 곧 다가올 내년 주주총회에서 맞붙을 '3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1월 임시주총은 시작 전부터 물밑전쟁올해 1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은 호주 법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주식 19만 226주(발행주식 총수의 10.33%)를 취득했다고 공시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첫 수를 뒀다.'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고,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상호주 규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다.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이다.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상대 기업의 주식 10% 이상을 사들여, 없던 상호주 제한을 만드는 방식으로 적대적 M&A의 방어 수단으로도 쓰인다.22일 임시주총은 오전 9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지연되며 6시간 넘게 늦어졌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제한을 공식 선언했고, 논란 속에서도 표결이 진행돼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통과됐다. 임시주총에서 패배한 영풍·MBK 연합은 상호주 구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곧바로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일부 안건(이사수 상한·액면분할)의 효력을 정지했지만 집중투표제는 받아들였다. -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고려아연 주총 모습. ⓒ뉴데일리
◇ 영풍·MBK, 맞불 'YPC' 설립 … 고려아연 또다시 상호주로 반격영풍·MBK 연합은 이대로 끌려갈 수 없었다. 상호주 규정을 벗어나기 위해 3월 7일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해 유한회사 YPC를 설립했다. 유한회사에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는 편법이며, YPC 설립으로 상호주 제한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맞섰다.고려아연도 반격에 나섰다. 정기주총을 앞둔 12일 고려아연은 SMC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모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배당 방식으로 이전했다. '영풍–YPC–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은 다시 한 번 제한됐다.28일 정기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19명) 등 경영권 방어 성격의 안건도 통과됐다. 다만 영풍·MBK 연합이 추천한 일부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다.영풍·MBK 연합은 5월 30일 또다시 정기주총의 결의 효력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시기 MBK가 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MBK에 '적대적 M&A', '기업 사냥꾼' 등의 꼬리표가 붙으며 고려아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
- ▲ 고려아연 정기주총이 열리는 서울 몬드리안 호텔 앞에서 노조가 MBK의 경영권 탈취 시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양측 '공정위 신고' 신경전 … 내년 주총 3라운드 준비양측의 갈등은 공정위 신고전으로 번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영풍과 계열사 YPC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영풍은 즉각 반발하며 적반하장이라고 맞섰다. 영풍은 "YPC 이전은 최대주주로서 정당한 자산 구조 재편이며 순환출자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풍·MBK 연합도 지난 3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호출자금지 위반 등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영풍·MBK 연합은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3라운드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MBK는 지난달 고려아연 주식 1만8000주를 매수했다. 매수로 확보된 지분은 0.09% 수준이지만, 최근 고려아연의 자사주 소각을 반영할 시 행사 가능한 지분은 2.7% 늘어 지분율을 39.7%까지 높인 상태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내년 주주총회에서 다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전망이다.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총 19명 중 직무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한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대 MBK·영풍 연합 측 4명으로 고려아연 측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