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방지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 … 내년 시행
  • ▲ 유족연금. ⓒ연합뉴스
    ▲ 유족연금. ⓒ연합뉴스
    앞으로 어린 자식을 버리고 연락 한번 없다가 그 자녀가 사망한 뒤 수십년 만에 나타나 유족연금을 신청해도 받지 못하게 된다. 

    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부양 의무를 위반한 부모의 유족연금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지급 조건을 일부 수정한 수준이 아니다. '자격 없는 자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상식을 제도에 명확히 반영한 것으로, 공적 연금 제도의 신뢰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법의 핵심은 간단하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 책임을 외면한 부모는, 자녀가 사망할 경우 국민연금에서 제공되는 어떠한 유족 급여도 받을 수 없다.

    그동안은 법률상 상속권이 유지된다는 이유로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도 유족연금이나 보험금 등을 수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천륜이라는 이름 아래 '모럴 해저드'가 방치됐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무임승차'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개정안 적용 기준은 민법상 상속권이다. 민법 제1004조의2에 따라 법원이 '자녀를 유기하거나 학대해 상속 자격이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근거로 연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또한 지급 제한 범위 역시 광범위하다.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뿐 아니라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미지급 급여 등 자녀 사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금전적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즉, 자녀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려는 시도를 제도적으로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법부와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즉시 적용되지는 않는다. 상속권 상실을 규정한 민법 개정 시행 시점에 맞춰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양육 의무를 방기한 부모가 법원의 판단으로 상속권을 잃는다면, 연금공단을 찾아 유족 급여를 요구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임을 다한 다수 국민들에게 연금 제도가 '상식대로 운영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낳기만 하면 부모'라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 양육 책임을 실질적 기준으로 삼는 이번 변화는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경고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