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생태계에 CXL 존재감 희미 … 이음 적자 지속CXL·HBF는 선택적 접근 … 파두, SSD·PMIC에 집중하이퍼스케일 주도권 변화·CXL 반등 가능성 희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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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두 사옥 전경ⓒ파두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로 주목받아온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의 개화 시점이 멀어지면서 파두와 자회사 이음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엔비디아가 NV링크 기반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인텔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2026년 상용화를 기대했던 CXL 시장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진 상황이다.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 자회사 이음은 올해 3분기 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자산총액도 지난해 말 85억원에서 41억원으로 3개 분기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소진 속도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자본잠식 우려도 제기된다. 파두는 내년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음의 손실 확대가 발목을 잡으며 투자 여력 제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CXL 3.0은 스위치 캐스캐이딩과 캐시 일관성을 지원해 AI 인프라 전체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OS·프레임워크·메모리·가속기 등 전 분야에 걸친 최적화가 필요하며 상용화 시점도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CXL은 CPU·GPU·메모리 간 병목 문제를 해결하고 메모리 풀링을 구현해 데이터센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GPU 내부를 NV링크로 묶어 사실상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인텔 주도의 CXL 확산은 속도를 잃었다. PCIe 기반 물리 계층 특성상 NV링크 대비 대역폭이 낮고, 엔비디아 생태계로 편입되기 어려우며 인텔 중심의 확산 전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또한 대표적인 비관 요인으로 꼽힌다.파두 역시 시장 상황 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남이현 파두 CTO는 4일 간담회에서 "CXL 스위치 개발 투자를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시장 개화를 지켜본 뒤 제품화를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음은 현재 FPGA 기반 PoC(개념검증) 수준만 유지하고 있으며 본격 칩 개발은 사실상 동결된 상태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회사의 재무 부담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 ▲ 남이현 파두 대표이사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4일 서울시 강남구 본사에서 기술 간담회를 열고 발표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다행인 점은 중장기적으로 CXL의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이 CXL 컨소시엄 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생태계의 주도권이 기존 CPU 제조사에서 클라우드 사업자로 넘어가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NV링크 기반 AI 랙은 랙 내부 GPU 간 통신은 빠르지만, 랙 간 확장 시 네트워크 병목 문제가 생기고, GPU 성능 편차와 열·부하 조건에 따른 지연이 누적되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이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비용 효율성과 확장성, 벤더 종속성 완화 측면에서 CXL을 잠재적 대안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CXL은 스위치 캐스캐이딩을 통해 기존 네트워크 없이 인터커넥트만으로 랙 확장을 가능하게 하며, CPU·GPU·메모리를 동적으로 풀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캐시 일관성을 공유함으로써 데이터 중복과 동기화 오버헤드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하이퍼스케일러들이 CXL 컨소시엄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중장기적으로 기술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인프라 구매자이며 엔비디아 중심 구조가 비용 증가와 확장성 한계를 드러내는 시점이 오면 CXL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적 필요성이 맞물리는 순간 CXL이 다시 주목받을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기대감이다.이 가운데 파두는 SSD 컨트롤러와 PMIC(전력반도체)을 내년 사업의 성장축으로 삼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SSD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 성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성이 불확실한 CXL·HBF(고대역폭 플래시) 등 신규 기술은 선택적으로 접근하며 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남 CTO 역시 "개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업계 관계자는 "CXL의 기술 포텐셜은 분명하지만 시장 전개가 예상보다 느린게 문제이고, 파두나 이음처럼 중소 규모 팹리스는 투자 여력이 제한돼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의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규모 베팅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